이주비 대출 양극화…완화 목소리 커진다
  • 황준익 기자
  • 입력: 2026.07.30 00:00 / 수정: 2026.07.30 00:00
서울 이주예정 35곳 중 14곳 자금조달 난항
핵심지는 대형건설사 추가이주비 지원
소규모 사업장은 대출 어렵고 고금리 부담
올해 서울에서 이주예정인 정비사업구역 35곳 중 14곳의 자금조달이 불확실하다. 시공사가 보증을 거부한 사업장은 5곳, 협의 중인 사업장은 9곳이다. /박헌우 기자
올해 서울에서 이주예정인 정비사업구역 35곳 중 14곳의 자금조달이 불확실하다. 시공사가 보증을 거부한 사업장은 5곳, 협의 중인 사업장은 9곳이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 여파로 정비사업 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사업 규모와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핵심 지역에선 대형 건설사가 추가이주비를 조달하고 있는 반면 중·소규모 사업장은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이주예정인 정비사업구역 35곳 중 14곳의 자금조달이 불확실하다. 시공사가 보증을 거부한 사업장은 5곳, 협의 중인 사업장은 9곳이다.

실제 중랑구 면목동의 한 모아타운 구역은 4개 조합 총 811명 중 1주택자 515명, 2주택자 이상 296명으로 구성됐는데 1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 40%, 다주택자는 LTV 0%로 이주비 대출이 막혔다. 시공사가 지급 보증을 통해 추가이주비를 조달하기로 했지만 금리는 7%대로 기본이주비 금리 3%대와 비교해 크게 올랐다.

이처럼 시공사 보증을 확보하더라도 연 4~7%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자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과 분양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량진3구역 재개발의 경우 다음달 이주개시를 앞두고 기본이주비는 변동금리 약 3.72~4.5%, 추가이주비는 변동금리 약 5.5~7.5% 수준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주비는 기본이주비와 추가이주비로 구분된다. 기본이주비는 조합원이 주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LTV 50~70% 기준으로 대출을 받는다. 기본이주비로 이주가 어려우면 통상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추가이주비를 제공한다.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면 조합이 조합원에게 대출해 주는 방식이다. 추가이주비는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기본이주비는 지난해 6·27 대책으로 무주택 조합원의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됐고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며 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축소됐다. 2주택자(1+1조합원 포함)는 기본이주비 대출도 불가능하다.

서울,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최대 6억원의 기본이주비만으로 이사가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이 추가이주비 혜택을 확대하는 이유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수주전에서 LTV 150%를, 목동6단지에는 LTV 100%를 제안했다. 롯데건설은 성수4지구에 LTV 100%(최저이주비 20억원)을 내걸기도 했다.

정부가 이달 진행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이주비 대출 완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종전 주택을 담보로 할 것이냐, 신축주택 담보로 할 것이냐 문제하고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정부가 이달 진행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이주비 대출 완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종전 주택을 담보로 할 것이냐, 신축주택 담보로 할 것이냐 문제하고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공개홀에서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의견을 듣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반면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시공사가 추가 이주비 보증 불가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생활권을 포기하고 타 지역 이주를 고려하거나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주비 대출의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구분해 LTV 70%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주비는 집을 새로 사려는 돈이 아니라 공사 기간 원활한 이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 자금인 만큼 규제를 따로 떼어내 사업 동력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조합원 중 다주택자도 많은데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면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으로 쓰기도 빠듯하고 무주택자도 최대 6억원으로는 인근의 전세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이달 진행한 부동산 토론회에서도 이주비 대출 완화 목소리가 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종전 주택을 담보로 할 것이냐, 신축주택 담보로 할 것이냐 문제하고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금융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종전주택에서 신축주택으로 담보 기준이 바뀌더라도 기본 이주비 6억원 한도가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정비사업 사업성이 나올 수 있는 원가구조가 아니다"며 "정비사업 자금은 사업비 성격이 강한 만큼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차등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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