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국내 대표 K-뷰티 기업들이 세계 3위 화장품 시장인 중남미 공략에 속도를 낸다. 화장품이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국가 대표 수출 효자 품목으로 급부상하면서 정상외교 경제사절단에 이례적으로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중화학공업이나 건설, 방산이 주도하던 외교 무대의 주역이 소비재 산업으로 다변화되는 국면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상목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사장,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오는 28일(현지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다. 대규모 사절단을 동반한 남미 순방은 2015년 이후 약 11년 만으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하는 이 자리에서 K뷰티 4개사는 소비재·유통 분야를 대표해 동행한다.
역대 대통령의 순방 사절단은 주로 건설 플랜트나 방산 등 전통 제조업 위주로 꾸려져 왔으나, 화장품 기업이 브랜드와 유통 플랫폼을 아우르는 패키지 형태로 사절단에 참여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특히 중소·중견 뷰티 브랜드를 이끄는 구다이글로벌과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 대표가 사절단 명단에 나란히 오른 것도 최초다.
화장품 수장들이 대통령 전용기에 전격 합류한 이유는 브라질 시장의 거대한 규모와 악명 높은 진입장벽에 있다. 보건산업통계(KHISS) 포털이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해 공개하 통계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 화장품 시장 규모는 341억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 시장이자 중남미 전역의 핵심 거점이다.
특히 브라질은 인구 2억1000만명에 달하는 중남미 최대 소비시장으로, 다양한 인종과 피부·모발 특성을 가진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돼 있어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라틴아메리카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요충지다. 현재 한국은 브라질의 화장품 수입국 6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지 분위기도 매우 우호적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내가 잘생겨진 이유는 한국산 화장품 덕분"이라고 언급하며 K뷰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룰라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브라질 위생감시청과 규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K-뷰티 수출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와 달리 브라질은 위생감시청(ANVISA)의 까다로운 제품 등록 절차와 높은 관세 등 규제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개별 기업의 단독 역량으로는 넘기 어려운 규제 리스크를 정상외교의 지렛대를 활용해 낮추겠다는 것이 이번 동행의 핵심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국은 지난 2월 식약처와 브라질 위생감시청 간 규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지원 기반을 다져왔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현지 유통망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미쟝센과 려를 브라질에 선보인 이후 스킨케어 브랜드 라네즈의 진출국을 브라질과 페루까지 넓혔다. 에이피알은 메디큐브를 앞세워 브라질 전문 편집숍에 입점했으며 현재 남미 14개국에서 B2B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등 핵심 브랜드를 브라질 세포라 채널에 입점시켰으며, 실리콘투는 연내 브라질 법인 설립을 추진하며 북남미를 잇는 유통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K-뷰티의 이 같은 남미 영토 확장은 전 세계적인 수출 호조세가 뒷받침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한 57억2814만달러(8조502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집계 이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올 상반기 전체 중소기업 수출 품목 가운데서도 화장품은 7.9%의 비중을 차지하며 가장 큰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신흥시장인 중남미 지역의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의 대중남미 화장품 수출액은 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1.9% 급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1억1200만달러로 가장 높은 수출액을 기록한 반면, 기존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 수출액은 8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대중국 수출은 2년 연속 10억달러선을 밑돌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과거 중국 시장에 의존했던 K-뷰티가 미국을 넘어 중남미로 수출 지도를 완전히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K-뷰티 수장들이 경제사절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것은 화장품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핵심 국가 수출 동력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순방이 기업 단독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웠던 중남미 현지 규제 장벽을 낮추고, 신시장 유통망을 선점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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