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긴장이 확산할 경우 국제유가와 원유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국내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와 공항 봉쇄에 대응해 즉각적인 해상 봉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 방식이나 선박 공격 재개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21일(현지시간)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처리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후티 반군의 선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해상 관문으로,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주요 항로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받게 되면 중동의 양대 원유 수송로가 동시에 불안정해진다.
홍해 항로마저 차질을 빚으면 유조선들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우회해야 한다. 우회 시에는 운항 거리가 수천 마일 늘어나고 운송 기간도 최대 2주가량 길어지면서 유조선 운임과 전쟁위험 보험료, 국제유가가 동시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제유가도 중동 긴장 고조에 즉각 반응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1.79달러(2.01%) 오른 배럴당 91.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2% 상승한 배럴당 84.91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지난 6월 10일, WTI는 6월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해운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내 국내 선박이 여전히 운항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홍해까지 긴장이 확산할 경우 중동 원유선 노선 전반의 운영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운임 역시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080.31로 2주 연속 하락했지만, 업계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홍해까지 확산할 경우 운임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이플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지난 14일 21척에서 15일 13척으로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후티 반군의 봉쇄 선언이 실제 대규모 선박 공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사우디 현지시간 21일 오전 기준 홍해에서 새로운 선박 피격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해운업계는 선종별로 미칠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이미 2023년 말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 이후 홍해와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어 이번 봉쇄 선언으로 인한 직접적인 운항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컨테이너 해운사들도 당시부터 같은 우회 항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유조선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일부 유조선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이후 사우디 서부 얀부항을 통한 대체 수송을 활용해 왔는데,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위협할 경우 이마저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동산 원유를 들여오기 위해 더 먼 항로를 이용하거나 다른 공급처를 확보해야 해 운송 비용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은 이미 2023년 12월부터 홍해를 이용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하고 있어 이번 후티 반군의 봉쇄 선언이 컨테이너선 운항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유조선은 사우디 얀부항을 통한 대체 수송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어 중동산 원유 조달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영향을 크게 받는 곳은 해운사보다는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석유화학 등 국내 산업계 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