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성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협력사들이 과도한 원가절감 압박을 받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회사의 원가절감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현대차그룹 부당한 원가절감 강요 직권조사 촉구 및 부품사 노동자 보호 노사정 협의체 구성 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중소 협력사 소속 노조들은 현대차그룹이 1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오는 2027년까지 적게는 5%, 최대 20%의 원가절감 방안 제출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전까지와 달리 현대차그룹이 원가절감 달성률에 따라 물량 배정 및 입찰 자격을 차별화하는 페널티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노조는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원가절감 압박을 받았다는 공식 문서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노조는 원본 문서 공개 시 보복 우려가 있다며 증거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5년짜리 부품 계약을 맺으면 자연스럽게 원가가 인하되는 구조였다"라며 "이제는 현대차그룹이 중국과 저가 경쟁을 운운하며 기존 단가 문제에 더해 1~3년 단위 원가절감 계획을 제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빅4로 불리는 연매출 1조~2조원 업체들이 적게는 100억원부터 수천억의 손실 압박을 받고 있다"며 "납품 단가 후려치기가 지속되면 짧게는 2~3년, 5년 후에는 중소 협력사는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조는 원가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초법적 갑질이라며, 정부에 직권조사를 시행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국내 자동차 공급망과 일자리 보호 등 방안을 책임 있게 논의할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원가절감 현실 코앞으로…노조는 '나 몰라라'
노조의 원가절감 강요 주장은 현대차그룹의 원가절감 노력에서 파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압도적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폭스바겐그룹은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강도 경영정상화 방안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또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재료 투입비는 낮추고 에너지 밀도를 20% 이상 끌어올린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 개발 목표를 밝히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원가 절감 노력이 완성차 제조 전반에 퍼지고 있는 반면, 인건비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인건비는 자동차 판매가를 올리는 핵심 요소다. 폭스바겐그룹이 보유한 독일 공장의 경우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보다 생산 비용이 약 3분의 2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가 신차 가격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매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상향된 임금과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평균 9600만 원이었던 현대차 임직원 1년 평균 급여는 △2022년 1억500만원 △2023년 1억1700만원 △2024년 1억2400만원 △2025년 1억3100만원까지 치솟았다. 반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24년 이후로 하락하고 있다.
올해도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800% △정년연장 △주 4.5일제 도입 △해고자 복직 등을 목표로 내건 상황이다.
반면 회사는 대내외적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1000만원+주식 15주 등을 담은 제시안을 건넸다. 이에 노조는 반발, 지난주에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이번 주도 총 12시간 부분 파업을 벌인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생태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생을 전제로 한 타협과 지속적인 협력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 직원들 월급이 계속 올라가면 자동차 가격이 오르지만, 협력사는 득 볼 게 없다"며 "내년이면 수출도 줄어들어 협력사 입장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