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빠른 속도로 매입하면서 연내 목표로 제시한 15% 확보에 바짝 다가섰다. 이로 인해 KAI 민영화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KAI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향후 지분 매각 여부와 한화의 지분 확대를 반대하는 KAI 내부 분위기를 주목하는 상황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자체 보유자금 약 1666억원을 투입해 KAI 주식 113만547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한화시스템의 KAI 보유 주식 수는 262만3000주(지분율 2.70%)로 늘어났다.
기존에 KAI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9.90%·965만2845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1.01%·98만6625주)를 포함한 한화 측의 총 보유 지분은 13.61%(1326만2470주)로 증가했다.
KAI의 2대 주주인 한화는 앞서 올해 말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입해 KAI 지분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신고 기준인 15% 수준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공식화했는데 이번 추가 매수로 목표 지분 달성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한화의 지분 취득 목적은 KAI와 협력해 '한국판 스페이스X'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지난 2021년 우주사업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해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 민간위성 생산시설인 '제주우주센터'를 준공했다.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의 우주사업 의지도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올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제주우주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화가 KAI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항공전자, 레이더, 위성, 우주발사체, 지상 방산 분야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완제기 개발·생산과 항공기 체계종합 능력을 갖춘 KAI의 역량이 더해질 경우 국내 우주·항공 산업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양사는 위성과 우주, 항공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술 결합이 국내 방산·우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한화의 지분 확대가 곧바로 KAI 경영권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26% 가량 지분을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정부가 지배구조 개편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까지 KAI 민영화나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KAI 내부의 반대도 넘어야 할 과제다. KAI 노동조합은 한화의 경영 참여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올해 15%까지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향후 행보는 정부의 정책 판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보유 지분을 유지할지, 일부를 매각할지에 따라 한화가 단순 전략적 투자자에 머물지 아니면 경영 참여를 확대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와 KAI의 협력 관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영 참여로 이어졌을 때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화 외에 또 다른 KAI 인수 후보로는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방산 사업을 육성 중인 현대차그룹과 항공 플랫폼 확보가 필요한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D&A)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