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저평가론 시험대…'영업익 65兆' 하이닉스가 답할까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7.20 11:00 / 수정: 2026.07.20 11:0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주간 10%↓…글로벌 AI 투자심리 냉각
HBM4·하반기 가이던스 관건
오는 29일 발표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오는 29일 발표되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코스피가 7000선을 내준 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오는 29일 예정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60조원대 영업이익과 하반기 성장 전망이 확인되면 코스피 저평가론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지만, 기대를 밑도는 실적이나 보수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될 경우 반도체는 물론 국내 증시 전반의 이익 눈높이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다.

◆ 美 반도체 조정이 던진 질문…주가만 빠졌나, 이익도 꺾이나

국내 증시에 앞서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7%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1.01%, 1.40% 하락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주간 기준으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반도체주의 낙폭은 더욱 컸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 17일 1.6% 하락한 데 이어 한 주 동안 약 10% 급락했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고점과 비교하면 20% 넘게 떨어지며 약세장에 진입했고, 이달 들어서만 하락률이 18%를 웃돌았다.

종목별로는 엔비디아가 2.2% 하락했고 인텔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각각 2.0%, 5.6% 내렸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은 0.5%, 샌디스크는 4.0% 떨어졌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와 실적 성장 기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밸류에이션 부담과 투자 과잉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심이 매도세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 16일 전 거래일 대비 6.37% 내린 6820.60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730.87까지 밀렸고 전기·전자 업종은 9.43% 급락했다. 미국 반도체주 조정과 AI 투자 과잉 우려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매도세로 이어지면서 지수 하락 폭도 커졌다.

관건은 최근 조정이 높아진 주가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인지,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까지 낮아지는 신호인지 여부다.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예상 이익이 유지되면 코스피의 가격 매력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이익 추정치까지 낮아질 경우 지수가 크게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SK하이닉스 실적이 코스피 저평가론의 기준점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 기대를 충족하고 하반기 성장 전망까지 유지한다면 최근 반도체주 급락은 실적보다 투자심리 위축의 영향이 컸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대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회사가 보수적인 전망을 제시하면 코스피 전체의 이익 눈높이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상 최대에도 눈높이는 더 높다…HBM4·하반기 가이던스 촉각

증권가는 SK하이닉스가 2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85조6898억원, 65조620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612.27% 증가한 규모이며, 증권사별 추정치는 61조~70조7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60조원대 영업이익만으로는 시장 기대를 충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을 80조9000억원, 영업이익을 60조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61%,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수준이지만 시장 컨센서스인 65조원을 8% 밑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HBM 매출 비중이 높아 시장 평균보다 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에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늦게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9%, 11% 낮췄지만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80만원은 유지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여지가 있으나 영업이익의 고점 통과보다 실적 눈높이 조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결국 시장이 확인하려는 것은 2분기 영업이익의 절대 규모보다 하반기에도 이익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는지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예상치를 밑돌거나 이후 전망이 낮아지면 주가 반등의 동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핵심 변수로는 하반기 HBM4 판매 확대 규모와 주요 고객사의 수요가 꼽힌다. 범용 D램과 낸드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지, 경쟁사들의 HBM 공급 확대 속에서도 SK하이닉스가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 계획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투자 확대는 중장기 AI 메모리 수요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생산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 경우 향후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콘퍼런스콜에서 고객사 수요와 공급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했다. 회사 측은 당시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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