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미국 해군력 강화와 한·미 조선 협력(MASGA),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중심의 방산 협력 확대 등으로 국내 조선업계의 방산 사업 기회가 커지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3사 중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특수선을 앞세워 글로벌 군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방산 함정 대신 상선과 해양플랜트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지정학적 갈등 심화와 각국 국방비 증액으로 군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자국 해군력 강화를 위해 해외 우방국과 조선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MASGA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을 계기로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맞이했다. 이외에도 유럽과 동남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잠수함과 호위함 발주가 이어지면서 특수선 시장은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HD현대중공업은 구축함과 잠수함, 호위함 등 다양한 함정을 건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수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잠수함과 구축함 사업을 기반으로 해외 함정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잠수함과 구축함 등 무장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향후에도 별도의 방산 특수선 사업에 진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중공업의 사업 전략에 따른 선택이다. 특수선 사업은 전용 도크와 별도 생산라인,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 데다 신규 기술 개발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국내 특수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경쟁력을 갖춘 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일반 상선과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의 누적 수주액은 96억 달러로 연간 목표(139억 달러)의 약 69%를 달성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액화·저장·하역하는 초대형 해양플랜트다. 설계와 건조 난도가 높고 1기 가격이 통상 2조~4조 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설비다. 과거에는 국제유가 급락과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가 부각되면서 다시 핵심 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미국 조선 협력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다. MASGA와 관련해서는 무기가 탑재되지 않는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함 분야에서는 참여가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 나스코, 디섹과 함께 미 해군 차세대군수지원함(NGLS) 개념설계를 2027년 3월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중공업은 함정 MRO 시장에도 진출하기 위해 관련 인증 절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서 축적한 부유식 기술을 미래 에너지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했는데 여기에는 부유식 플랫폼 기술 사업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분야는 '바다 위 원전'으로 불리는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 플랫폼(FSMR)이다. 삼성중공업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FSMR을 공동 개발해 지난해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인증(AIP)을 획득했다.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사업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FDC는 육상 데이터센터의 부지 부족과 냉각 효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AI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FDC 기본인증(AIP)을 획득한 데 이어 이달에는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 영국 로이드선급과 FDC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상선 사업만으로도 호실적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 시장처럼 활용 가능한 기술 범위에서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경우, 사업에 참여하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