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삼성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3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증권사 연금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오랜 기간 시장을 선도한 미래에셋증권과 격차를 소폭 줄이면서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이 전년 동기 대비 62.6% 급증한 28조919억원을 기록해 증권사 중 2위를 수성했다. 1위는 52조원대를 주파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 2025년 1분기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1년여 만에 30조원 넘게 퇴직연금을 적립한 두 번째 증권사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산관리(WM) 부문의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1년 만에 4위에서 2위까지 뛰어오른 기세도 주목도를 높인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을 처음으로 제치고 2위를 차지한 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퇴직연금 적립금을 17조5647억원에서 26조4044억원으로 늘렸으나 삼성증권과 격차는 더 벌어진 상태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올해 2분기 19조135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2분기보다 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삼성증권의 이런 급성장은 가입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원리금비보장 상품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며 고수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머니무브 자금을 대거 흡수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삼성증권의 파죽지세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왕좌에 도전하기까지는 여전히 24조원가량 격차가 있으나 가파르게 쫓아오는 삼성증권의 기세를 미래에셋증권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아울러 증권가에서는 향후 퇴직연금 시장 전망을 두고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양강 구도가 고착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자본력과 리테일 인프라, 상품 라인업을 모두 갖춘 두 대형사가 시장 성장세를 독식하며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는 해석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500조원을 돌파하고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결국 브랜드 가치와 운용 역량을 검증받은 증권사들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제도적 변화가 시장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가입자가 기존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증권사를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 등이 완전히 정착되면, 언제든 대규모 자산 이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키움증권 등 플랫폼 경쟁력을 무기로 든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이나 NH투자증권 등 대형사, 현대차증권 같은 퇴직연금 특화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수수료 마케팅에 나선다면 점유율 쟁탈전은 더 난전 양상으로 흘러갈 여지도 남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원리금 보장 상품에 묶여있던 퇴직연금 자산이 수익률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장기 수익률 방어 능력과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증명하는 증권사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