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오후 6시까지 불 밝힌 국민은행…'늦은 창구' 지키는 이유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7.16 11:45 / 수정: 2026.07.16 11:45
휴가철·궂은 날씨에 한산했던 디지털밸리점
즉시 수익보다 고객 불안 해소…직원 지원제로 4년 넘게 운영

KB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9To6 Bank)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시간 특화점포다.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이선영 기자
KB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9To6 Bank)'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시간 특화점포다.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이선영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다른 지점은 일찍 문을 닫는데 남편이 여기는 오후 6시까지 한다고 알려줘서 왔어요. 늦게까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어서 좋네요."

15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어린 자녀와 함께 예금 업무를 마친 한 여성 고객이 지점을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일반 은행 점포라면 영업을 마무리할 시간이었지만 이곳은 달랐다. 일부 창구만 정리됐을 뿐 '여섯시은행' 창구는 그대로 운영됐다. 여름 휴가철이 겹친 영향인지 지점 안은 비교적 한산했음에도 직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고객을 맞았다. 예금과 대출, 퇴직연금 등 일반 영업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개인금융 상담 역시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9To6 Bank)'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는 시간 특화점포다. 국민은행은 2022년 3월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근무시간 중 은행을 방문하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이를 전국 72개 거점으로 확대했다.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도 당시 확대 대상에 포함됐다.

도입 초기에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은행이라는 점 자체가 화제가 됐다. 시행 4년여가 지난 지금은 연장 영업이 실제 고객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추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운영을 이어가는 이유가 관심을 받고 있다.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와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에 있다. 오전에는 인근 주민과 개인사업자, 외국인 고객의 방문이 많고 오후 4시 이후에는 퇴근길 직장인이 주 고객층으로 바뀐다.

이들이 찾는 업무도 단순 입출금보다는 상담 중심이다. 대출과 투자, 퇴직연금처럼 충분한 설명을 듣고 결정해야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모바일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가 늘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은 한도와 실행 가능 여부, 필요 서류 등을 확인하기 위해 대면 상담을 원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관계자는 "오후 4시 이후에는 대출이나 투자 상담, 퇴직연금, 인터넷뱅킹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급한 업무를 처리하려는 고객이 주로 찾아온다"며 "특히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은 계약을 앞두고 대출이 가능한지, 원하는 날짜에 실행할 수 있는지 불안해 상담부터 받아보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저녁 시간 상담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상담 이후 서류 준비와 심사, 실행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고객이 여러 은행의 조건을 비교한 뒤 다른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상담만 진행한 뒤 비대면 채널이나 다른 지점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연장 영업의 성과를 단순한 실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집을 사거나 전세 계약을 앞둔 고객은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약하기 부담스러워한다"며 "고객이 지점에 오는 이유는 당장 대출을 실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가'라는 불안감을 덜기 위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담은 고객의 고민을 해결해주지만 당일 수익으로 연결됐는지를 따지기는 어려운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오후 4시 이후에도 예금과 대출, 퇴직연금 등 일반 영업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개인금융 상담이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 오후 4시 이후에도 예금과 대출, 퇴직연금 등 일반 영업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개인금융 상담이 이어졌다. /이선영 기자

여섯시은행 운영에는 일반 점포보다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간다. 국민은행은 기존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연장근무를 맡기는 대신 시차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의 지원을 받아 오후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오후 근무 직원은 일반적으로 오전 11시에 출근해 오후 6시까지 창구 업무를 맡고, 상담과 마감 업무를 마치면 퇴근하는 구조다.

직원들에게도 장단점은 있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는 대신 오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육아 중인 직원에게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면 고객이 하루 종일 몰리는 점포에서는 연장 영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국민은행이 고객 수요와 직원 만족도를 함께 고려해 운영 점포를 조정해 온 이유다.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는 주변에 직장인이 밀집해 퇴근 이후 상담 수요가 꾸준한 데다 초혼잡 점포는 아니어서 여섯시은행 운영 취지와 입지가 잘 맞는 사례로 평가된다

센터 관계자는 "여섯시은행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라기보다 고객이 은행을 방문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두 시간 늘린 서비스에 가깝다"며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오후 4시부터 6시까지의 수익성이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을 계속 발전시키려면 고객뿐 아니라 근무하는 직원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좋은 인력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돼야 서비스 품질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 중심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를 실행하는 현장 직원의 근무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에서 고객들이 창구 방문 전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이선영 기자
15일 오후 서울 구로구 KB국민은행 디지털밸리종합금융센터에서 고객들이 창구 방문 전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이선영 기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현장과 고객 중심 영업을 강조하는 가운데 여섯시은행은 이를 오프라인 점포에서 구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모바일 금융 확산으로 은행 점포 수는 줄고 있지만 대면 상담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점포의 숫자보다 '필요한 시간에 문이 열려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효율성만 따지면 고객이 많지 않은 시간까지 창구를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다. 오후 상담이 반드시 대출이나 상품 가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오후 6시까지 창구를 여는 이유는 단기 실적보다 고객의 시간 제약과 금융거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데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장 영업을 단순히 오후 4시 이후 발생한 매출로만 평가하면 고객이 상담을 통해 얻는 편익이나 장기적인 신뢰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모바일로 처리하기 어려운 금융 고민을 고객이 가능한 시간에 대면으로 풀어주는 것 역시 은행 점포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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