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보완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다만 거래 일시정지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장은 16일 오전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다 같이 모여 협의 중"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락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 확대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커졌다. 이 위원장은 시장 불안의 배경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황 변동성과 국내 증시 내 반도체주 비중 확대를 꼽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변동성이 너무 커졌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슈퍼 사이클로 빠르게 성장하고 주가도 많이 올랐다. 이와 관련된 기대와 우려가 매일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교차하며 출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시장이 반도체가 출렁일 때 영향을 받는 면적이 굉장히 커졌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관련주까지 포함할 경우 국내 증시가 반도체 변동성에 노출되는 정도가 더 커졌다는 취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을 키운 요인이라는 시장 지적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했다. 이 위원장은 "어느 정도냐의 문제"라며 "그런 부분까지 긴밀히 보면서 보완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출시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해당 상품들은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더 사고, 하락하면 더 파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어 급등락 장세에서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레버리지 ETF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보완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어떤 방식의 제동 장치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대책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빨리 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일시정지 방안까지 검토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 시장에 더 큰 부작용이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어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기본적으로 고위험상품, 단기성 상품"이라며 투자자 위험을 거듭 강조했다. 대책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이른바 F4 회의에서도 관련 사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회의에는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앞서 레버리지 ETF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F4 회의에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시장 변동성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장기투자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같은 경우도 외국인 장기자금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연금, ISA 등 장기로 분산 투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기업들, 반도체 외에도 제2, 제3의 반도체 등을 산업정책을 통해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주주가치 보호가 잘돼 기업 장기성장에 베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채무조정과 청년금융 지원도 언급됐다. 이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채무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어느 사회에나 실패로 인해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반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재기를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끝까지 쫓아다닐 것인지의 문제"라며 "채무를 적절히 질 수 있게 정리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의 기반을 넓혀 더 많은 사람이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금융회사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기 채권 추심 논란이 불거진 상록수 사태에 대해서는 도덕적 해이보다 관리의 문제라고 봤다. 이 위원장은 "20년 넘게 이어져 온 문제가 하루 만에 해결됐다"며 "금융기관도 최고 책임자가 관심을 가지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청년층 금융지원과 관련해서는 청년미래적금을 예로 들었다. 이 위원장은 "청년미래적금은 청년들이 종잣돈을 마련하는 첫 단계로 234만명이 가입했다"며 "청년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 대상 1대1 재무상담 등을 통해 첫 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직원들에게도 금융위가 기업간거래(B2B) 기관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며 금융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