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JTBC 채권 사태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증권사로 옮겨붙고 있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을 이끌고 대표주관사와 판매사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정조준한 가운데, 금융감독원도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면서 불완전판매 여부가 이번 사태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채권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JTBC 회사채·전단채 발행 관련 금융회사 검사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전날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접수된 피해 규모는 신청인 250명, 피해액 325억2000만원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 자체 집계로는 개인 계좌 450여개, 피해액은 약 7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변호인단은 JTBC가 채권 발행 당시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대표주관사와 판매사들이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개인투자자에게 상품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이 기업실사 보고서에는 자본잠식과 적자 누적 등 위험요인을 기재하고도 투자설명서에서는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근거로 원리금 상환이 무난할 것이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했다. 또 위험요인이 제외된 IR 자료가 투자자들에게 전달됐고, 유통시장에서도 투자 위험을 충분히 알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키움증권에 대해서도 전단채 판매 과정에서 투자 위험 설명이 충분했는지, 해피콜 거부 등록을 안내·유도한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뿐 아니라 전단채 발행을 주관한 한양증권, 장내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 투자일임사, 신용평가사까지 금융당국의 검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은 "당시 확보 가능한 정보와 관련 법령,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한 기업실사를 수행했고 투자설명서도 당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며 "투자 판단에 필요한 위험요소는 공시된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을 이끄는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의 투자자 보호 의무를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일반 투자자들이 신종자본증권의 성격과 재무 부담 리스크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받았는지 의문"이라며 "공시만 봐도 확인 가능한 내용을 주관사와 자문사들이 왜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는지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주관사는 직접 투자한 투자자뿐 아니라 유통시장에서 매입한 투자자에 대해서도 일정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대법원 판례의 취지"라며 "주관 업무가 끝난 뒤에도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가 확인됐다면 시장에 적절한 방식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JTBC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과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판매한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JTBC의 재무 악화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회사채를 발행했는지, 투자자에게 위험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기업실사와 내부통제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중앙그룹 기업어음(CP)과 회사채가 적절하게 발행됐는지 점검 중이며 필요하면 검사로 전환하겠다"며 "부도 직전까지 발행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보여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JTBC는 변호인단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JTBC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상황을 공시했고 자본시장법을 준수했다"고 밝혔다. 결산 직전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완전자본잠식을 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적법한 회계처리였다고 반박했다. 또 자회사 스튜디오아예중앙에 대한 330억원 대여와 관련해서는 "130억원은 필수 예능 제작비이며, 200억원은 기존 채무보증 유동화채권을 대여금으로 전환한 것으로 실제 자금 유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대표주관사와 판매사의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확인될 경우 불완전판매 인정 범위는 물론 손해배상 책임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