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향후 15년 전력수요와 발전설비 확충 계획) 실무안 공개가 추석 이후로 밀릴 전망이다. 전기본 지연으로 송·변전설비계획까지 늦어질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투자 판단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6월 말~7월 초 공개가 예상됐던 12차 전기본 실무안은 추석 전 공개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전력수요 전망과 발전원별 공급 방안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국회 국정감사 일정까지 고려하면 연말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메가프로젝트에 반영된 전력수요만 봐도 규모가 상당하다"며 "전력수요 전망을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전기본 작업이 수개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본은 전력수요 전망과 발전설비 확충 방향의 기준이다. 전기본이 확정돼야 한국전력의 송·변전설비 투자계획도 구체화되는 만큼 12차 전기본이 늦어지면 송전망 보강 일정과 신규 발전사업의 계통접속 가능성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정부의 보급 목표와 계통접속 여력을 보고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반도체 수요 급증 이후 전력공급 논의가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안정적 전원 중심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전기본 지연까지 겹치면 투자 판단이 위축될 수 있다.
신규 대형원전은 부지 확보부터 상업운전까지 약 13년 11개월(11차 전기본 기준)이 걸리지만 안정적인 기저 전원으로 꼽히고, LNG는 건설 기간이 2~3년으로 짧아 단기 대응 수단으로 거론된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전기본은 발전사업자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기본계획인 만큼 제때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신호가 계속 흔들리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다가 원전과 LNG까지 다시 거론되면서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본 지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11차 전기본은 2023년 7월 수립에 착수해 2024년 5월 실무안을 발표했지만,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와 공청회, 국회 보고 등을 거치며 지난해 2월에야 최종 확정됐다. 착수부터 확정까지 약 1년 8개월이 걸렸고, 계획 적용 기간인 2024년을 넘겨 확정되면서 법정계획의 적시성 논란도 뒤따랐다.
11차 전기본이 절차 지연으로 늦어졌다면, 12차 전기본은 수요 전망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점에서 변수가 더 많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6.3GW, AI 데이터센터 18.4GW 등 두 사업에 필요한 전력 규모는 총 24.7GW로, 1.4GW급 신규 대형원전 약 18기 분량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 방안을 전기본에 새로 반영해야 한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원을 구성하되 공급능력이 부족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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