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과징금' 전분당 4사, 영업이익 삼킨 '담합 쇼크' 현실화
  • 손원태 기자
  • 입력: 2026.07.09 00:00 / 수정: 2026.07.09 00:00
7년 5개월간 총 13차례 걸쳐 담합 행위
공정위, 전분당 4곳에 7476억원 과징금
삼양사·CJ제일제당, 3개 담합 모두 연루
공정거래위원회가 7년여에 걸쳐 전분 및 전분당 가격 담합을 벌여온 4개 업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으로 이들의 총 과징금만 7476억원에 달한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7년여에 걸쳐 전분 및 전분당 가격 담합을 벌여온 4개 업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으로 이들의 총 과징금만 7476억원에 달한다. /뉴시스

[더팩트 | 손원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7년여에 걸쳐 전분 및 전분당 가격 담합을 벌여온 4개 업체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제재를 받은 업체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으로 이들의 과징금은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 업체는 지난해 마련한 충당부채 액수마저 넘고 있어 담합으로 인한 재무적 쇼크가 불가피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전분당 제조·판매업체 4곳의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7476억원 과징금을 처분했다. 전분당은 옥수수로 만든 전분과 전분을 분해해 생산한 물엿, 포도당, 액상과당 등의 당류를 의미한다.

전분당은 빵, 라면, 빙과, 유제품 등 식품 전반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도 주원료로 사용된다. 공정위는 전분당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연쇄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부는 전분당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가 국민 생활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2021년 4월부터 할당관세 0%를 적용하며 물가안정 조치를 이어왔다. 그러나 전분당 4사는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가 무색하게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간 총 13차례에 걸쳐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분당 4사가 담합을 통해 올린 매출액만 총 6조525억원에 달하며, 이는 공정위가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대상 2341억원 △사조CPK 2001억원 △삼양사 2103억원 △CJ제일제당 1030억원이다. 과징금은 국내 시장점유율로 차등 부과됐다. 2024년 기준 대상이 30%대 점유율로 1위 사업자였고, 사조CPK와 삼양사가 20%대, CJ제일제당이 10%대를 기록했다.

이들 4사는 국내 시장에서 전분 95.7%, 전분당 86.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에 대해 "금지명령뿐 아니라 담합 재발을 방지하고, 경쟁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 변동 내역 및 보고 명령 등을 함께 부과했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적발될 시 엄정하게 법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담합 사건으로 적발한 전분당 4사는 국내 시장에서 전분 95.7%, 전분당 86.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이룬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적발 시 엄청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더팩트DB
공정위가 담합 사건으로 적발한 전분당 4사는 국내 시장에서 전분 95.7%, 전분당 86.4%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이룬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 강화하고, 적발 시 엄청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더팩트DB

◆ 영업이익 넘는 과징금, 충당부채 반영해도 담합 쇼크 불가피

결과적으로 전분당 4사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원가 부담을 덜면서도 가격 담합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는 재무 쇼크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과징금 규모가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데다, 일부 업체는 선반영한 충당부채마저 넘어서면서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전분당 4사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대상 1505억원 △사조CPK 360억원 △삼양사 657억원 △CJ제일제당 1856억원이었다. 반면 이들이 공정위 과징금에 대비해 선반영한 충당부채는 △대상 3753억원 △사조CPK 849억원 △삼양사 2813억원 △CJ제일제당 3349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순손실은 △대상 2856억원 △사조CPK 621억원 △삼양사 3183억원 △CJ제일제당 5896억원을 기록하며 일제히 적자로 전환했다. 대상은 과징금 액수를 최대치로 산정해 수습이 가능하지만, 사조CPK의 경우 최종 과징금이 기설정된 충당부채의 3배에 달해 충격이 더 클 전망이다.

특히 삼양사와 CJ제일제당은 앞서 공정위가 적발한 설탕, 밀가루 가격 담합 행위에도 모두 연루되면서 제분·제당·전분당 등 3대 분야의 누적 과징금만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른다.

공정위가 올해 제분·제당·전분당 등 식료품 원재료 담합 사건에 부과한 총과징금만 이미 1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심의 중인 전분당 입찰 담합과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까지 제재가 확정되면 누적 과징금은 도합 2조원을 넘어선다.

앞선 담합 사건에서 삼양사는 설탕 1303억원과 밀가루 94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CJ제일제당은 설탕 1383억원과 밀가루 1317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전분당 과징금까지 합산하면 누적 과징금 규모는 삼양사 4000억원대, CJ제일제당 3000억원대를 물게 된다.

두 회사는 공정위로부터 최종 의결서를 받은 설탕 담합 과징금에 분할 납부 계획을 공시했으나, 실제 1차 분납을 마친 곳은 CJ제일제당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양사는 제당 담합 사건에 함께 연루된 대한제당과 행정소송 절차에 들어갔고, 현재 과징금 납부 절차가 중단됐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 납부 명령 등 취소 소송은 8월 말부터 본격적인 재판 절차가 시작된다.

일각에서는 담합 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집단소송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어,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정위 전분당 담합 제재 발표 직후 업계에서는 "최종 의결서를 수령한 후 법률 및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공시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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