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은행·증권·캐피탈·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의 투자 역량을 연결해 스타트업 발굴부터 후속 투자, 스케일업, 기업공개(IPO)까지 지원하는 '연속형 모험자본 공급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계열사별로 분절됐던 투자와 융자, 자본시장 기능을 하나로 묶어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과 사업 기회를 끊김 없이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7일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에서 열린 '2026 WFRI 컨퍼런스'에서 '우리금융그룹은 어떻게 혁신 성장의 파트너가 될 것인가'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가 좌장을 맡았고 박성민 우리은행 투자금융본부장, 박현주 우리투자증권 CM본부장, 이병헌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PE본부장, 천지웅 우리벤처파트너스 VC그룹장, 이경민 우리금융캐피탈 신기술금융부장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생산적 금융이 단순히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기업이 다음 성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금융은 초기 단계 기업에는 캐피탈이 운용하는 디노랩 펀드를 통해 건당 5억~20억원을 투자하고, 성장 단계에서는 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펀드를 통해 30억~50억원을 공급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이후 우리벤처파트너스가 건당 50억~1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투자를 담당하고, 우리투자증권이 IPO와 공모시장 자금 조달을 연결한다.
이경민 우리금융캐피탈 신기술금융부장은 "모험자본 공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연속적 자금 공급"이라며 "모든 금융회사가 모험자본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초기 기업까지 자금이 흘러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마다 영업 환경과 투자 기준이 다른 만큼 펀드 규모를 기준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며 "캐피탈이 디노랩 펀드로 초기 자금을 공급하고, CVC 펀드와 벤처파트너스의 스케일업 투자를 거쳐 증권사가 IPO를 준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 계열사가 본연의 영업과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자금이 다음 단계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투자 이후 계열사와 스타트업 간 사업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투자금을 제공하는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계열사가 스타트업의 고객이나 사업 파트너가 돼 기술과 서비스의 시장 검증을 돕는 방식이다.
이 부장은 "디노랩 펀드에는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 등 여러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며 "투자 이후 유관 사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업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 딜리버리랩과 카드 계열사 간 협업을 사례로 들며 "처음에는 연관성이 크지 않아 보였던 계열사와 스타트업 사이에서도 새로운 수익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파트너스는 혁신기술이 사업화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기업에 ‘시간’을 제공하는 것을 모험자본의 주요 역할로 제시했다.
천지웅 우리벤처파트너스 VC그룹장은 "혁신기술은 개발 즉시 다른 계열사나 산업 현장에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숙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술이 사라지지 않고 성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것 역시 생산적 금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계기로 성장한 모더나를 사례로 들며 "당장 제품이 없더라도 기술의 가능성을 믿고 지원한 금융이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후속 투자 여부는 단순히 당초 사업 목표 달성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은 시장과 금융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만큼, 투자자가 선제적으로 위험을 알리고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 그룹장은 "투자 당시 설정한 마일스톤을 달성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며 "발굴과 투자보다 투자 이후 관리와 후속 투자에 더 긴 시간을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이나 투자심리 위축과 같은 금융환경 변화가 예상되면 투자 기업에 런웨이를 늘리고 비용을 줄이도록 미리 조언한다"며 "기업이 시장 변화에 적시에 대응했는지, 투자자와 기업의 판단이 얼마나 잘 맞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 후속 투자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PE 부문은 시장성과 사업성이 일정 부분 검증된 중소·중견기업의 추가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병헌 우리PE자산운용 PE본부장은 "스타트업의 본질은 기존 기업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찾아 새로운 해법을 제공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데 있다"며 "전통 금융이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생산적 금융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PE는 고객과 시장이 어느 정도 확보된 기업에 설비투자와 운영자금,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 등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한다"며 "필요한 경우 경영권 인수나 경영진 교체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우리PE자산운용의 운용 펀드 규모는 최근 5년 동안 1조6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기존 투자 성과가 투자자의 신뢰와 후속 출자로 이어지고, 더 큰 규모의 펀드 조성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과거 펀드에서 우수한 투자 성과를 거두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다"며 "우리의 자본 투입을 통해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IPO를 모험자본 회수와 재투자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규정했다.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이 IPO를 통해 회수되고, 다시 혁신기업과 모험자본 시장에 투입돼야 생산적 금융의 선순환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박현주 우리투자증권 CM본부장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아 성장한 뒤 IPO를 통해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고, 회수된 자금이 다시 혁신기업에 투자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장 기업은 자금 조달 수단이 제한적이지만 IPO를 통해 제도권 자본시장에 진입하면 공모자금 조달과 연구개발, 설비투자 등 다양한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며 "IPO는 투자자의 초기 위험자금을 회수해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생산적 금융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하반기부터 IPO 시장 활동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룹 계열사가 초기에 발굴한 기업을 장기간 관리한 뒤 상장까지 연결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우리금융은 은행과 캐피탈, PE, VC, 증권까지 기업 생애주기별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계열사가 지원한 기업의 IPO를 성공시키고, 상장 이후에도 공모시장에서 다양한 자금 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룹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그룹 내 펀드의 출자자 역할과 함께 대출·구조화금융을 결합한 패키지 지원을 담당한다.
박성민 우리은행 투자금융본부장은 국내 모험자본 생태계의 보완 과제로 정책자금 의존도와 제한적인 회수시장을 꼽았다.
박성민 본부장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서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며 "민간 부문에서 보다 과감한 투자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스타트업 투자금 회수 수단이 사실상 IPO에 집중돼 있다"며 "세컨더리 펀드 등 중간 회수시장이 활성화되면 회수된 자금이 다시 스타트업으로 유입되면서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은행은 벤처·PE 펀드에 출자하는 유한책임투자자(LP)이자 기업에 선순위 대출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증권사의 중·후순위 투자와 구조화 역량을 결합하면 기업의 자금 수요에 맞춘 풀패키지 금융 제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은행과 보험의 선순위 대출 역량, 증권사의 중·후순위 투자와 딜 소싱, 구조화 능력을 결합해 투자 구조 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됐다"며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시장 동향을 공유하고 공동 투자 기회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와 계열사 협업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경민 부장은 "지역에 좋은 기업이 부족하다기보다 투자자와 금융회사를 만날 기회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지역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지역 기업에 투자자와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생산적 금융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대표는 "금융그룹이 좋은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고,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 산업과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면서 "우리금융은 벤처투자부터 IPO까지 기업의 성장 전 과정에 필요한 계열사 라인업을 갖췄다. 계열사 간 칸막이를 허물고 혁신기업과의 첫 만남부터 성장과 도약까지 함께하는 금융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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