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에어컨 불모지' 유럽 두드린다…폭염에 수요 급증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6.07.07 10:26 / 수정: 2026.07.07 10:26
40도 폭염에 유럽 판매 두 자릿수 성장
저가형 제품 앞세운 중국 공세 변수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럽에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유럽에 유례없는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리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 분수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P. 뉴시스

[더팩트|우지수 기자] 기록적 폭염으로 유럽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양사는 올해 상반기 두 자릿수 판매 성장을 발판으로 현지 맞춤형 제품과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에어컨 불모지'로 불려온 유럽을 파고들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은 그동안 에어컨 보급이 더딘 시장으로 꼽혀 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유럽의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로, 90%에 이르는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인다. 오래된 건축물과 공동주택이 많고 외벽 훼손과 소음을 막는 규제가 촘촘한 탓이다. 프랑스 파리는 생태도시계획에 따라 건물 외부 냉방장치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빗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유례없는 폭염 때문이다. 지난달 말 유럽 일부 지역 기온이 41도를 넘어서며 독일과 체코가 관측 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새로 썼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6월 최고기온 기록이 잇따라 깨졌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유럽이 세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폭염은 가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에어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늘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남유럽에서 가정용 에어컨 매출이 약 20%, 서유럽에서 약 10% 증가했고 6월 들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유럽형 제품을 주로 만드는 창원 생산라인은 4월부터 최대치로 가동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호텔 프랜차이즈 시장에 프리미엄 무풍 에어컨을 공급하는 등 B2B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유럽 호텔 프랜차이즈 시장에 프리미엄 무풍 에어컨을 공급하는 등 B2B 시장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양사는 유럽의 까다로운 설치 환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와 함께 냉매 압축기 없이 전기만으로 냉방하는 펠티어 냉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외기가 필요 없어 외벽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도심에 맞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LG전자는 창문이나 벽을 뚫지 않는 이동식 에어컨으로 가정용 시장을 파고든다. 이중 배기 호스로 열기를 빼내는 방식이라 건물 외관을 해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B2B 시장 공략도 병행한다. 프리미엄 무풍 에어컨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을 앞세워 호텔 등 공급을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의 '호텔 메리어트 트리에스테'에 고효율 냉난방 솔루션을 공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화재 건축물을 고쳐 지은 호텔에 '무풍 4Way 천장형 카세트'를 넣어 외관 훼손을 줄였다. 앞서 1월에는 스페인 칼페의 노후 호텔 공조 설비 교체 사업도 맡았다.

넘어야 할 벽은 규제만이 아니다. 유럽 시장에 안착하려면 이미 자리를 잡은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필요하다. 유럽은 설치가 간편한 이동식·벽걸이형 수요가 큰데, 이 저가 제품 영역은 중국 업체가 선점한 시장이다. 중국 메이디(Midea)의 이동식 에어컨 '포타스플릿'은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 배인 20만대를 넘어섰다. 그리와 하이얼 등도 한국 제품보다 20~30% 낮은 가격을 앞세운다. 전기료 부담에 에어컨을 사치품으로 여겨온 유럽 소비자에게는 초기 구매가가 민감한 만큼 저가 시장을 중국이 먼저 잡았다는 점은 국내 업체가 넘어야 할 벽으로 꼽힌다.

IEA는 EU의 에어컨 보급 대수가 2050년 약 2억7500만대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강화된 냉매 규제와 에너지 효율 기준이 저가 제품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만큼 규제 대응 기술을 갖춘 삼성·LG에는 차별화 지점이 될 수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건축 규제와 에너지 효율 기준이 엄격해 가격만으로는 시장을 잡기 어렵다고 본다"며 "설치 편의와 친환경·고효율 기술을 함께 갖춘 업체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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