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그동안 대외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온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경영 복귀 이후 공개 행보를 크게 넓히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주요 사업과 투자, 글로벌 협력에 직접 나서는 것은 물론, 이전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개인 일정에서도 모습을 드러내며 '은둔의 경영자'라는 기존 이미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의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 겸 네이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이 의장은 2017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사내이사직에서도 내려오며 해외 사업 기회 발굴과 글로벌 투자에 집중해왔다.
이 의장은 복귀 직후부터 AI를 미래 성장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특히 네이버의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한 AI 기술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주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AI 시대에도 성장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과거 이 의장은 국정감사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경영 복귀 이후에는 주요 사업과 글로벌 협력 현장을 직접 챙기며 대외 활동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연쇄 회동이다. 이 의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황 CEO와 만났다. 당시 N페이의 얼굴인식 결제 서비스인 '페이스사인'으로 식사 비용을 결제하며 서비스 홍보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 의장은 '삼소 회동' 이후 사흘 만에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다시 황 CEO를 맞이했다. 그는 네이버웹툰과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등을 직접 소개하고 함께 치지직에 출연하는 등 네이버의 콘텐츠 경쟁력을 알렸다. AI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의 '네모트론 연합'에 가입했음을 공개하며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주요 투자 안건에도 직접 전면에 나섰다. 이 의장은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두나무 인수를 추진하며 디지털 자산을 미래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나 연구개발(R&D) 규모는 글로벌 빅테크의 100분의 1 수준"이라며 "매년 생존을 고민할 만큼 어려운 경쟁을 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식 행보의 변화는 개인 일정에서도 이어졌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해진 의장은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공연장을 찾아 아들인 가수 로렌(LØREN·본명 이승주)의 공연을 관람했다. 현장에서 만난 취재진에게는 "아들의 공연을 직접 보러 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공연장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도 모습을 드러내 궁금증을 자아냈다. 평소 업무 현장에서 주로 함께 모습을 보여온 이해진 의장과 최 대표가 공식 일정이 아닌 공연장에서 나란히 포착된 것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네이버 측은 최 대표의 공연 참석 배경에 대해 "개인 일정인 만큼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정감사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좀처럼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의장이 가족 행사에 참석한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경영 복귀 이후 그의 대외 행보가 이전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 의장은 과거에 외부에 얼굴을 비추기 보다는 내부적으로 안건을 보고받고, 이를 처리하는 경영 방식을 주로 선택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이나 주요 사업 발표 현장에 직접 나서는 일이 확실히 많아졌다"며 "이 의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AI 시대 경쟁력 마련을 절박한 핵심 과제로 꼽은 만큼,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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