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라도 해야 할 상황"…'청산기로' 홈플러스, 보증금 묶인 입점업체 '한숨'[TF현장]
  • 이윤경 기자
  • 입력: 2026.07.07 00:00 / 수정: 2026.07.07 00:00
일부 브랜드 철수·현금 결제 전환…매장 곳곳 '뒤숭숭'
입점업체 "보증금·생계 막막"…소비자도 폐점 우려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장에 입점한 점주와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이윤경 기자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매장에 입점한 점주와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이윤경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폐지되면서 청산 가능성이 커지자 입점업체 점주와 직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회생절차 과정에서 납품 차질로 홈플러스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매출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청산이 현실화되면 매장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1층의 한 의류 매장에는 빈 행거에 옷걸이만 남아 있었다. 직원은 판매하던 의류를 박스에 담으며 철수 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본사 방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부 브랜드가 철수하고 현금 결제만 가능한 매장까지 등장하면서 매장 곳곳에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영업을 이어가는 매장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 직원은 선풍기 한 대로 더위를 식혀가며 손님을 기다렸지만 매장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입점업체 직원들이 청소와 진열대 정리를 마치고 영업 준비를 끝냈지만, 매장은 한산했다. 텅 빈 매장 곳곳에는 직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만 눈에 띄었다.

출근길에 매장을 둘러보던 한 직원은 "사람이 아예 없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다른 직원은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회생절차 폐지 소식에 다들 심란해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에도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할인 상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진열된 가운데 텅 빈 매대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윤경 기자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에도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할인 상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진열된 가운데 텅 빈 매대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윤경 기자

10년 넘게 한 입점업체에서 근무했다는 50대 김모 씨는 "걱정은 되지만 본사에서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아 답답하다"며 "브랜드마다 다르겠지만 일부 업체는 현금 결제만 받은 지도 꽤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홈플러스가 문을 닫게 되면 입점업체들은 생계가 끊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주부이고 나이도 적지 않아 해고되면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부 점주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우려했다. 10년째 입점업체를 운영 중인 50대 강모 씨는 "회생절차 폐지 소식을 듣고 모두 당황했다"며 "보증금이 들어가 있는데 청산될 경우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14일의 시간이 남은 만큼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한다"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지 취미 삼아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경우도 많은데 결국 매장이 문을 닫는다면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뜸하기는 2층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신선식품이 빠진 냉장 매대는 상온 보관용 할인 상품과 자체브랜드(PB) 제품으로 메워져 있었고, 그마저도 없는 텅 빈 매대가 곳곳에 보였다. 찾던 물건을 구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도 있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즉시항고 기간(14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면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사진은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이윤경 기자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즉시항고 기간(14일)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면 회생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사진은 6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의 모습. /이윤경 기자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이용해온 마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70대 이모 씨는 "계란을 사러 왔는데 없어서 그냥 돌아간다"며 "오랫동안 이용한 마트인 만큼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강서구에 거주했다는 80대 하모 씨도 "가족들과 함께 장을 보러 자주 왔던 곳"이라며 "물건이 많이 없어졌지만 아쉬운 대로 장을 보러 왔다. 강서구에는 큰 마트가 홈플러스 하나만 남았는데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홈플러스 강서점 앞에는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가 손글씨로 쓴 현수막과 호소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마트 노동자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왜 죄 없는 노동자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 '정년퇴직할 때까지 홈플러스에서 일하고 싶다' 등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앞서 법원은 홈플러스 회생절차를 폐지하면서도 14일간의 즉시항고 기간을 부여했다. 이 기간 안에 2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할 경우 회생절차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홈플러스는 직원 약 1만2000명과 간접고용 인력 약 1000명 등 1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으며, 이미 직원 1만1400여명의 6월분 월급 약 335억원이 체불된 상태로 알려졌다. 마트노조는 남은 즉시항고 기간 동안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는 총력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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