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소강 국면에 머문 가운데 하반기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소노인터내셔널이 먼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무신사·구다이글로벌·업스테이지 등 후발 후보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상반기 IPO, 케이뱅크 빼면 '소강'…대어 부재에 투심도 관망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갔지만 IPO 시장의 체감 온도는 이와 사뭇 달랐다. 지수 상승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되살아나는 듯했으나 신규 상장 시장에서는 대어급 기업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졌다.
시장별로 보면 상반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사는 스팩합병·이전상장·코넥스 등을 제외하고 17곳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38곳이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준이다. 코스피 신규 상장은 케이뱅크 1곳뿐이었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신규 상장 기업이 지난해 34곳에서 올해 16곳으로 감소했다. 스팩 상장까지 포함한 전체 건수 역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며 IPO 시장의 위축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케이뱅크가 코스피에 입성했지만 시장 분위기를 단번에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는 앞서 두 차례 상장을 철회한 뒤 올해 다시 증시에 도전한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그러나 이후 코스피에서 대형 신규 상장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IPO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어급 IPO 재개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다. 금리 인하 기대와 증시 반등, 성장주 투자심리 회복이 맞물리면 지난해 미뤄졌던 대형 딜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상반기 실제 성과만 놓고 보면 대형 딜의 부재가 이어졌고, 투자자들도 개별 종목의 성장성보다 공모가 산정의 적정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 초반에도 IPO 시장은 중소형 딜 중심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져스텍, 30일 스트라드비젼에 이어 이달 1일 매드업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특히 하반기 첫 IPO 주자로 꼽힌 매드업은 공모가 8000원 대비 26.00% 오른 1만80원에 첫 거래를 마치며 공모가를 웃돌았다. 다만 이들 기업은 조 단위 대어라기보다 중소형 성장기업에 가까운 만큼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대형 후보군의 실제 등판 여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 소노인터가 먼저 나섰다…무신사·구다이·업스테이지 '몸값' 통할까
하반기 IPO 시장의 첫 시험대는 소노인터내셔널이 될 전망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달 26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공동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이다. 시장에서는 소노인터내셔널의 기업가치를 3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번 상장 추진은 사실상 세 번째 도전이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2019년 IPO를 추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호텔·리조트 업황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계획을 접었다. 지난해에도 상장을 추진했으나 시장 환경과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같은 해 8월 일정을 미뤘다. 이번 예심 청구는 호텔·레저 업황 회복과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바탕으로 다시 증시에 도전하는 성격이 짙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소노호텔앤리조트와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소노트리니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호텔·리조트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확보한 데다 티웨이항공 인수 이후 항공과 숙박을 결합한 통합 여행 플랫폼 구축도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다. 다만 항공업은 유가와 환율,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트리니티항공 편입 이후 재무 부담과 시너지 창출 능력은 공모 과정에서 검증 과제로 남는다.
시장의 관심은 공모 구조에도 쏠린다. 업계에서는 소노인터내셔널이 기업가치 약 3조원을 목표로 8000억원 안팎의 공모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 물량 전량을 신주로 구성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보다 성장 재원 확보에 무게를 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호텔·레저 업종의 낮은 밸류에이션과 항공 자회사 부담을 동시에 넘어야 하는 만큼 본업의 수익성과 신사업 확장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몸값을 좌우할 전망이다.
무신사도 하반기 IPO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 패션 플랫폼 1위 사업자라는 상징성과 함께 기업가치 10조원 안팎이 거론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다. 다만 무신사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한다는 데에는 선을 그은 만큼 실제 상장 일정은 유동적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예심 청구에 나설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10조원 수준의 몸값을 시장이 인정할 수 있느냐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넘어 자체 브랜드와 오프라인 매장, 글로벌 사업으로 외형을 넓혀왔다. 하지만 성장기업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거래액이나 플랫폼 지배력보다 수익성 개선 속도와 해외 사업의 실적 기여도가 공모가 산정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구다이글로벌도 K뷰티 대어로 꼽힌다. 구다이글로벌은 조선미녀, 티르티르, 스킨1004, 라운드랩 등 다수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모건스탠리를 IPO 주관사로 선정했다. K뷰티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온 만큼 브랜드별 성장성과 인수 후 통합 효과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AI 기업 업스테이지는 성장성 측면에서 관심을 받는다. 업스테이지는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이르면 하반기 상장예비심사 청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는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를 3조5000억원에서 최대 5조원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털 다음 운영사 인수와 국산 대규모언어모델(LLM) 경쟁력을 성장 스토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매출 규모와 비교하면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은 여전히 시장의 검증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