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규제를 거듭해도 집값은 꺾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규제지역을 잇달아 확대했지만 상승세는 서울을 넘어 동탄·기흥으로 확산했고 정부는 결국 또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집값은 잡히지 않고 상승 지역만 바뀌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용인시 기흥구·구리시 3곳을 규제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 정책을 내놨다. 반도체 특수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효과가 집값에 불을 붙이자 국토부는 대출·세금·거래까지 전방위 규제에 나섰다. 시장 과열을 초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투기적 매수를 차단해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주택 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을 '세 번째 규제 강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선 대출 규제(6·27 대책)와 규제지역 확대(10·15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결국 규제의 강도만 더 높였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규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다. 주택가격의 방향은 공급 확대·금리 흐름·대출 규제·경기 여건이 복합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공급 확대·매입임대 확충·비(非)아파트 공급 활성화 등이 실제 입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신뢰를 시장에 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6·27→10·15 규제 강화…집값 상승세 옆 동네로 옮겨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과 지역균형발전을 부동산 정책의 핵심 축으로 내세웠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해소해 균형발전을 이루는 일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부가 처음 꺼내 든 카드는 지난해 6월 발표한 '6·27 대책'이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6개월 안에 실거주하도록 하는 등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정책 발표 직후에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르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10·15 대책'을 내놓으며 규제 수위를 한층 높였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초강도 대책이었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15억원~25억원은 4억원·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했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종료하기로 했다.
규제 직후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둔화되고 일부 단지는 하락세를 보였다. 효과는 이번에도 오래가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전후로 서울과 수도권 남부의 집값이 반등했고 반도체 투자 확대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상승세는 화성 동탄·용인 기흥·구리 등으로 번졌다.
◆ 국토부, 주택 공급 확대…시장 안정 총력전

10·15 대책 이후에는 규제지역과 맞닿은 경기권으로 수요가 빠르게 옮겨갔다. 지난 1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 취득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경기권 연접지역 18곳의 주택 매입 금액은 15조5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조269억원)보다 158.65% 증가한 규모로 같은 기간 서울(14.9%)과 경기 전체(77%)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경기권 연접지역의 주식·채권 매각 대금 증가율은 531.59%로 서울(149.19%)과 경기 전체(325.47%)를 크게 앞질렀다. 업계에서는 규제 강화로 서울 핵심지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이동했고 주택 매입을 위해 금융자산까지 처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집값 안정에 실패하면서 자금이 비규제지역 부동산으로 재유입된 것"이라며 "서울·수도권 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전·월세 시장 안정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9·7 대책과 1·29 대책·매입임대 확대·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가동해 사업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고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론 수렴에도 나선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관계 부처와 학계·업계·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를 거쳐 세제 개편안을 포함한 부동산 종합 대책이 이달 말 발표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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