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불법 하도급 잡는다…李정부, 예방 중심 관리 강화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6.07.01 09:46 / 수정: 2026.07.01 09:46
AI가 바꾼 하도급 단속 방식…'사전 선별'로 이동 흐름
공정 질서 강화…지원책 병행 목소리도
불법 하도급 관리가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현장 점검 체계 구축과 처벌 강화를 추진하면서다. /국회=배정한 기자
불법 하도급 관리가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현장 점검 체계 구축과 처벌 강화를 추진하면서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불법 하도급 관리가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현장 점검 체계 구축과 처벌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다. AI는 불공정거래 이상 징후 탐지와 임금·대금 체불 예방에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하도급 생태계 전환점 : 강력한 규제와 AI·예방 교차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 하도급과 임금 체불 등 건설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관리 체계를 사후 적발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AI 분석으로 이상 징후를 미리 포착해 점검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의 현장 점검 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건설현장 체불 해소 민관 합동 지원단'을 구성해 AI 기반 분석으로 선별한 수도권 내 의심·신고 현장 75곳을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 18곳에서 불법 하도급 29건을 적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8일부터 건설업 매출액 상위 1만5000개 업체 가운데 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거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업무혁신의 일환으로 'AI 기반 하도급계약 공정화 지원 플랫폼'을 올해 말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AI가 하도급업체의 현금 흐름을 분석해 대금 조기 지급 필요성을 제안하거나 체불 위험과 공정 지연 가능성을 예측하는 서비스도 상용화되고 있다.

AI의 강점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점검 대상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불법 하도급 적발 업체와 거래하는 경우·공사 규모에 비해 기술자와 장비 보유 수준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특정 공종에서 유사한 거래 구조가 반복되는 경우 등을 이상 징후로 인식한다. 보고서는 "AI가 불공정거래 위험 징후 탐지와 임금·대금 체불 예방·거래 투명성 제고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 처벌은 더 세게, 점검은 더 촘촘하게…현장 안착이 과제

국토부가 지난 5월 건설현장 체불 해소 민관 합동 지원단을 구성해 AI 기반 분석으로 선별한 수도권 내 의심·신고 현장 75곳을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 18곳에서 불법 하도급 29건이 적발됐다. /뉴시스
국토부가 지난 5월 '건설현장 체불 해소 민관 합동 지원단'을 구성해 AI 기반 분석으로 선별한 수도권 내 의심·신고 현장 75곳을 집중 점검했다. 그 결과 18곳에서 불법 하도급 29건이 적발됐다. /뉴시스

정부는 AI를 활용한 예방 체계 구축과 함께 처벌 수위도 높이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5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지방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국토부가 직접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하도급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영업정지와 과징금 부과 기준·공공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 기간이 법적 상한보다 낮아 불법 행위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영업정지 기간을 현행 4~8개월에서 최소 8개월~최대 1년으로 늘리고 과징금 최소 부과율도 하도급대금의 4%에서 24%로 상향했다. 공공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 기간 역시 기존 1~8개월에서 최소 8개월~최대 2년으로 확대했다.

김석기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불법 하도급으로 얻는 이익보다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현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재는 강화하고 신고 보상은 확대해 공정한 건설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AI 기반 관리 체계가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보고서는 계약과 기성·대금 지급 정보의 표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하며 발주자와 원도급사·하도급사 간 시스템 연계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중소 건설사의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을 완화할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도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운영 과정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예방 관리 체계는 불법 하도급 근절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데이터 정확성과 현장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업체까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건설산업의 특수성과 최근의 공사비 상승·현장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발주자와 원·하도급자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과 거래 구조 전반을 이해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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