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한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새로운 변동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국내 규제를 받지 않는 초고배율 상품이 확산되면서 투자자 보호와 규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최대 150배 베팅…국내 증시 겨냥한 초고위험 상품
1일 가상자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ETF(KORU)'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USDT 결제 무기한 선물 상품 'KORUUSDT'를 상장했다. 출시 당시 최대 20배였던 레버리지는 이후 50배까지 확대됐다.
KORU는 미국 자산운용사 디렉시온이 운용하는 3배 레버리지 ETF로 MSCI 한국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약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최대 50배 선물 레버리지가 결합되면 이론적으로 코스피 변동률 대비 최대 150배 수준의 시장 노출이 가능하다. 반대로 기초자산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일 경우 손실 역시 그만큼 커져 작은 가격 변동에도 투자금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강제 청산될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 전후 주식시장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상품은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리밸런싱 거래를 반복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 바이낸스가 이달 상장한 신규 선물 계약 59개 가운데 54개(91%)가 주식 관련 파생상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바이낸스가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주식과 원자재까지 아우르는 종합 투자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바이낸스·바이빗·쿠코인까지…한국 주식 파생상품 확산
글로벌 경쟁 거래소들도 한국 증시 관련 상품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바이빗과 쿠코인 역시 KORUUSDT 무기한 선물을 상장하고 최대 20배 레버리지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들 거래소는 한국 증시 성과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주식 인덱스 선물 상품을 24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거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차트 플랫폼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KORUUSDT는 거래가 시작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7억5440만달러(약 1조1600억원)가 거래됐다. SKHYNIXUSDT는 출시 이후 같은 기간 누적 거래대금이 64억2130만달러를 기록했고 HYUNDAIUSDT와 SAMSUNGUSDT도 각각 4억7358만달러, 5283만달러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이용 행태도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1인당 월평균 바이낸스 이용 시간은 지난해 중반 이후 업비트를 추월했으며 최근에는 업비트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투자 상품과 24시간 거래 환경이 투자자 유입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는 현물만 허용…해외는 규제 사각지대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규제에 묶여 있다. 현행 제도상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거래만 지원할 수 있으며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은 취급할 수 없다. 주식이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도 제공할 수 없어 사업 영역이 사실상 현물 거래에 한정된다.
증권사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토큰증권(ST) 제도는 도입됐지만 부동산과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일부 자산에 한정돼 있으며 주식 토큰 등 새로운 투자 상품은 아직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했다. 반면 해외 거래소들은 규제 공백 속에서 다양한 파생상품을 확대하며 국내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개인이 레버리지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하려면 금융투자교육원의 사전교육을 이수하고 기본예탁금 1000만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의 무기한 선물은 국내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감독 대상이 아니어서 동일한 수준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반면 해외에서는 더 높은 배율의 상품이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서 거래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