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멀쩡했다"…카카오 노사갈등, 파업 이후 복잡해진 셈법
  • 최문정 기자
  • 입력: 2026.06.30 15:44 / 수정: 2026.06.30 15:44
카카오 노조, 29일 전일 파업…"추가 행동 논의 중"
노조는 파업 성과 입증 압박·사측은 AI 전략 차질 우려
카카오 노조가 지난 29일 전일파업을 단행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에 부담감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카카오 노조가 지난 29일 전일파업을 단행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양측 모두에 부담감과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카카오 노조가 29일 전일 연차파업을 단행하며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노조는 투쟁의 실질적 성과를 입증해야 하고, 사측 역시 AI 전략과 조직 안정성에 미칠 장기적 부담을 외면하기 어려워지면서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전날 '로그오프데이'를 진행했다. 이는 일종의 연차파업으로 사내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는 방식이다. 노조 추산 참여 인원은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조합원 2100여명이다. 카카오가 집계한 본사 기준 파업 참여 인원은 약 800여명이다.

카카오 노조는 두 달째 행동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지난 5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시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거친 5개 법인 모두에서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0일에는 약 4시간의 부분파업과 판교역 일대 행진을 진행했고, 29일에는 전일 연차파업으로 투쟁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노조가 하루 동안 파업을 진행했음에도 카카오톡과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의 장애는 보고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과 고객 영향 최소화를 위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서비스가 정상 운영되면서 노조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협상력을 이어갈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플랫폼 기업은 이미 구축된 서비스와 운영 체계를 기반으로 핵심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어 제조업처럼 파업이 즉각적인 생산 차질이나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을 통해 회사도 최소한의 운영 인력만으로 서비스가 유지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측면이 있다"며 "노조 역시 향후 추가 행동을 검토할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부분파업을 단행하고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호영 기자
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일 부분파업을 단행하고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송호영 기자

노사 갈등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노조 내부 결속도 변수로 꼽힌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투명한 성과보상 체계 마련과 고용안정을 공동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는 성과보상 체계 개선이, 나머지 계열 법인은 고용안정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사안으로 꼽힌다. 법인별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통합 노조 체제를 통해 공동 요구안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해 일부 조합원들의 이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본사 조합원을 중심으로 고용안정 이슈를 공동 교섭의 핵심 의제로 다루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사측 역시 마냥 시간을 끌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는 하반기를 AI 사업 수익화의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삼고 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톡에 거대언어모델(LLM)을 접목해 대화형 AI를 기반으로 예약과 쇼핑,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에이전틱 AI' 전략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당장의 서비스 장애보다 AI 개발 일정과 신규 서비스 출시, 핵심 인력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상반기 내내 노사 갈등이 이어진 데다 조직 내부 피로감이 누적될 경우 개발 속도 저하와 핵심 인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파업 여부와 노사 협상의 진척 속도가 이번 갈등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 노사는 지난 17일부터 교섭을 재개하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조속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조와 대화하며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29일 파업 이후 대응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며 "현재 5개 법인 모두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동 교섭 형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jay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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