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최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며 KAI의 민영화 가능성을 둘러싼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 D&A 간 인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의 최대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으로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KAI 지분을 추가 매입해 9.04%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0%, 한화시스템이 1.53%,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각각 보유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약 5000억원 규모의 KAI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9.97%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의 KAI 지분은 12%를 넘어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KAI를 품을 경우 우주·항공·방산 사업을 아우르는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이른바 '한국판 스페이스X'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최근 10년간 방산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두산DST를 잇달아 인수했고 2023년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현재의 한화오션을 출범시켰다.
◆ LIG D&A도 "관심" 가능성 열어둬
최근에는 LIG D&A 역시 KAI 인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익현 LIG D&A 대표는 최근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KAI 인수 가능성과 관련해 "진행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관심을 보였다.
방산업계에서는 LIG D&A가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체계 중심의 사업 구조를 항공·우주 분야까지 확대할 경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KAI가 보유한 군용기·위성·우주항공 역량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AI를 확보할 경우 한화와 LIG D&A 모두 방산 포트폴리오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방산 시장은 전투기 등 플랫폼과 레이더·전자전 장비·미사일 등을 하나로 묶어 공급하는 '통합 패키지 수출' 방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항공·방산 시너지 기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추진체계, 우주발사체, 항공우주 기체 구조물 등 플랫폼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KAI는 항공기 기체 설계·개발 및 제작 능력을 보유한 만큼 양사가 결합할 경우 항공기 개발부터 핵심 부품, 생산까지 아우르는 항공우주 밸류체인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주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이 위성 개발과 위성통신 기술을, KAI가 위성 체계종합과 우주수송체 사업 역량을 보유한 만큼 양사의 협업이 본격화될 경우 위성 개발부터 발사체, 우주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통합 우주 생태계 구축에 속도가 붙을 걸로 보인다.
반면 LIG D&A는 KF-21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정밀유도무기 등 핵심 항전·무장체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KAI의 항공기 플랫폼과 결합하면 완제기 패키지 수출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LIG D&A 관계자는 "KAI가 대한민국 방산업계에서 가지는 위상이 있는 만큼, 사업 체계의 변화가 있다면 업계에 변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지분 확대와 LIG D&A의 관심 표명 등이 이어지며 향후 정부 정책 변화 여부에 따라 방산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 KAI 민영화 구제화는 아직
현재로서는 KAI 민영화가 공식화된 상태는 아니다. 정부는 KAI 민영화 계획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1대 주주인 수은도 최근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현재 별도로 KAI 지분 매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KAI의 지분 처리 등과 관련하여 정부와 협의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면 필요시 KAI의 경영전략, 시장 여건 등을 검토하여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화그룹이 KAI의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 참여를 선언한 이후에도 정부와의 교감은 따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