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박성호 기자] 김동욱 현대자동차 전략기획실장 부사장이 용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욱 부사장은 수소·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 전략을 주도하고 그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일선에서 대응책을 마련한 핵심 임원이다.
차기 행선지로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유력하다. 김 부사장은 KAMA 상근부회장으로 부임해 정부와 완성차 업계 간 소통을 원활하게 이끄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현대차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부사장은 고문으로 위촉됐다.
1964년생인 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내외 정책을 수립하고 그룹의 중장기 사업 방향을 구축한 '전략통'이다. 현대차에서 해외정책팀장과 정책조정팀장 등을 맡았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4년 전략기획실장까지 올랐다.
대표 성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다. 2022년 미국에서 IRA 법안이 통과하며 국산 전기차가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되자 당시 정책조정팀장이었던 김 전무가 나서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1선에서 산업통상자원부(당시 명칭) 및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이끈 바 있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합동 대응 이후 미국 정부는 리스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1160만원)의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운영했고 현대차는 IRA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후 김 부사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임을 얻어 수소경제위원회대응TFT장, 부산엑스포유치지원TFT장을 겸직했다. 수소, 로보틱스 등 그룹의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함과 동시에 1선에서 정부 등과 직접 소통하며 활약했다.
최근까지는 산업부 주최 '민·관 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 현대차와 토요타가 주도하는 한·일경제인회의,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그룹 사장단과 정부 간 비공개 간담회 등에 참여하며 그룹 내 주요 사업을 두루 챙겼다.
이번 사직은 김 부사장의 결단으로 이뤄졌다. 64년생 김 부사장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 된 현대차 전략기획실장의 후임은 미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내부 논의를 거쳐 김 부사장의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를 떠나는 김 부사장은 곧바로 완성차 업계에서 역할을 이어간다. 오는 7월 중순께 KAMA 부회장 부임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부사장의 KAMA 부임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KAMA는 현대차·기아, 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업계의 발전을 지원하는 경제단체다. 관세 등 대내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정부 및 산업부와 협력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때로는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규제 완화 등을 주장한다.
KAMA 회장은 이전까지 산업부 차관급 인사가 맡았다. 다만 회원사와도 원활하게 소통할 인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안팎으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이 KAMA 부회장으로 추천된 배경이다.
또 최근 국내 주요 협회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 내부 감시 체제 부실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자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상황이다.
특히 KAMA는 올해 초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앉혀달라고 청탁했다가 크게 논란이 됐다. 게다가 최근 KAMA 소속 임원이 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질렀다가 사실이 인정됐지만 해당 직원의 임기는 연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에서도 이같은 협회 내 문제를 감시할 새로운 임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IRA 대응 등 현대차그룹 최전선에서 활약한 인물"이라며 "정부, 산업계와 오랜 기간 소통한 브레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