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증시 활황에 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옮겨붙는 가운데 '빚투'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하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도 들썩이면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 자체적으로 카드론 수요를 억제하기 어려운 만큼 올해 카드론 증가폭이 가파른 카드사의 경우 건전성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29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의 카드론 합산 잔액은 43조2534억원으로 연초 대비 668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카드론 잔액이 0.17%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시기적인 요인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형편이 나빠진 자영업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증시 활황에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족'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카드론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롯데카드다. 지난 1월 4조8689억원에서 4개월간 1667억원 증가한 5조3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현대카드(1091억원↑) △KB국민카드(1000억원↑) △NH농협카드(908억원↑) 순이다. 이 밖에도 비씨카드는 7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폭이 가장 낮았고, 신한카드도 259억원 오르는 데 그쳤다. 카드론 잔액이 감소한 카드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리볼빙 잔액도 연초 6조7195억원에서 5월 6조7999억원으로 804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리볼빙 잔액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을 다음 달로 미루는 서비스다. 카드론보다 생활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깊다. 업계가 리볼빙을 놓고 전형적인 '불황형 부채'로 분류하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현대카드가 517억원 증가로 가장 큰 폭을 기록했고, 우리카드와 신한카드가 각각 179억원, 161억원씩 상승했다. 반면,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73억원, 54억원씩 감소했다.
업계는 카드론과 리볼빙 잔액 증가를 다르게 해석한다. 최근 리볼빙이 실사용자의 생활고와 직접 맞닿아 있다면, 카드론은 투자 심리와 맞물려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달부터 은행권이 고액 연봉자 신용대출 한도를 인당 1억원으로 강력히 제한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편한 카드론으로 자금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문제는 카드론 금리가 법정최고금리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이달 기준 카드사 9곳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연 11.16%~연 14.33%이지만, 신용점수 301~400점 구간에는 연 19.90%까지 적용했다. '빚투' 시나리오가 적중할 경우 손실은 입은 차주의 상환 능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차주 부실은 카드사 건전성 악화로도 번질 수 있다. 차주의 상환능력 저하가 악화가 연체율 상승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6개월 이상 연체액이 분기별로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이다. 카드사들이 최근 3년간 부실 채권을 매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부실 수준은 수치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업계가 자체적으로 카드론 수요를 억제하기도 쉽지 않다. 카드론은 회원 관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신용 조건을 충족한 회원의 대출 신청을 임의로 거절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카드론 취급을 축소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친 총잔액 증가율은 1분기 기준 이미 연간 관리 목표 수준을 웃돈 것으로 전해진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위축한 점도 카드론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전업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약 45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수익 증가폭은 250억원에 그쳤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평균 1.3% 이하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 카드론이 사실상 수익 방어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지만, 당국의 총량 규제로 이마저도 공격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에 이어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를 조만간 소집해 가계대출 관리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당국은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전년 말 대비 1.5% 수준으로 관리할 것을 카드사에 주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경고성 메시지 이후 카드사들이 한도 조정 등 자체 관리 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임의로 카드론을 억제하기 쉽지 않다. 조건이 맞는데, 접수되는 수요를 거절할 수는 없고 회원 관리와도 관련이 있는 만큼 카드사 임의로 카드론을 억제하기 쉽지 않다"라면서도 "빚투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근거가 명확해지면, 카드사도 억제 명분이 생기긴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