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그룹과 SK그룹이 29일 그룹 차원의 초대형 국내 투자 계획을 공개한다. 투자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국내 기업 투자 발표로는 역대 최대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수도권·충청에서 호남까지 넓히는 산업 지형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영빈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직접 청사진을 설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를 주축으로 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합쳐 최대 900조원을 투자할 전망이다. 여기에 전국 단위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디스플레이·배터리·전자부품 등 투자도 거론된다.
업계 관심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쏠린다. 경기 용인 클러스터에 이은 '제2 반도체 축'을 세워 AI 시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현실화하면 수도권 중심이던 국내 반도체 산업 지도가 크게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후공정 중심이던 검토가 전공정을 포함하는 대규모 시설로 무게가 옮겨간 점이 핵심이다. 전공정과 후공정이 밀접하게 연결돼 일부 공정만으로는 생태계 집적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시점을 앞당긴 배경에는 AI 수요 폭증이 자리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메모리·연산 칩 주문이 폭증하면서 2040년대 이후로 계획했던 생산능력 확충을 10년 이상 앞당겨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방 투자는 입지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수도권은 전력·용수 여건을 갖춘 대규모 부지 확보에 한계가 있는 반면, 지방은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인프라를 새로 설계할 수 있다. 신규 고용과 인구 유입, 세수 증가, 소부장 기업 연쇄 입주에 따른 집적 효과도 기대된다. 자금 측면에서도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연간 영업이익이 2028년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실현 단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전력·용수 인프라다. 반도체 팹은 나노미터 단위 공정을 안정적으로 돌리려면 초정밀 인프라가 필요한데, 호남에 재생에너지가 풍부해도 출력이 날씨에 따라 달라져 요구 수준의 전력 안정성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용수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영산강·섬진강 유역에서 하루 100만톤 이상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며 부족 우려를 일축했지만, 고순도 용수의 안정 공급은 수량 확보와 별개라는 지적이 맞선다.
인력 수급과 생태계 이전도 변수다. 두 회사 연구개발·생산기술 인력 상당수가 수도권에 기반을 둬, 정주 여건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인력난에 직면할 수 있다. 수도권·충청권에 맞춰 시설을 갖춘 소부장 협력사의 추가 이전 부담도 따른다. 기존 용인 클러스터와 역할 분담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확인할 대목이다.
투자 발표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도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의 재생에너지와 용수, 부지 경쟁력을 거론하며 "전무후무한 초대규모 지역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투자를 사실상 유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날 보고회는 대통령 모두발언, 관계 부처 정책 발표, 삼성전자와 SK의 투자계획 공개, 자유 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두 그룹이 제시할 투자 규모와 입지 전략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됐던 반도체 생산 거점의 향방도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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