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초반 급등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있다. 상장 과정에서 대거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진 가운데 오는 8월부터 보호예수 물량이 순차적으로 풀리면 수급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 고점서 30%대 후퇴…'IPO 흥행주' 왜 흔들리나
스페이스X는 상장 직후 글로벌 증시의 최대 관심주로 떠올랐다. 공모가는 135달러였지만 거래 초반 주가는 225.64달러까지 치솟았다. 우주 발사체와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인공지능(AI) 인프라에 대한 기대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단기간에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보는 수준까지 몸값이 불어났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뉴욕증시에서 스페이스X는 25일(현지시간) 15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 종가(160.95달러)를 밑돈 것은 물론 장중 고점과 비교하면 약 32% 하락한 수준이다. 공모가보다는 여전히 13%가량 높지만 상장 초반 추격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은 커진 셈이다.
상장 초반 수급을 이끈 것은 개인 투자자였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공모 물량의 약 20%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됐고, 개인 청약 주문만 1000억달러를 웃돈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이후 하루 평균 거래량도 3억주를 넘어서며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도 이례적인 손바뀜이 이어졌다.
문제는 급등 구간에서 뒤늦게 매수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상장 직후에는 머스크 프리미엄과 우주 산업 성장 기대가 매수세를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밸류에이션 부담과 차익실현 욕구가 동시에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고점 부근에서 매수한 투자자들의 손절 매물이 늘어날 경우 변동성도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8월부터 풀리는 '잠재 매물'…오버행 현실화하나
시장의 관심은 이제 보호예수 해제 일정으로 향하고 있다. 투자조사업체 22V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8월 10일 보호예수 대상 주식의 약 20%가 처음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만일 주가가 175달러를 웃돌 경우 추가로 10% 물량이 해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후에도 물량 출회는 이어진다. 8월 21일과 9월 10일, 9월 25일에 각각 약 7% 규모 물량이 순차적으로 해제된다. 10월 10일과 25일에도 각각 약 7%가 추가로 풀리고, 3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된 11월 초에는 약 28% 규모 물량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12월 9일에는 내부자 보유 잔여 지분 상당 부분이 해제될 것으로 거론된다.
보호예수 해제가 곧바로 대규모 매도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주가가 이미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밀린 상황에서 잠재 매도 물량의 일정이 구체화됐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기존 투자자들이 손실 회피에 나서고 초기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매물 압박은 한층 커질 수 있다.
더욱이 개인 투자자 비중이 큰 종목일수록 투자심리 변화는 빠르게 주가에 반영될 수 있다. 상장 초기에는 제한된 유통 물량이 기대감을 키웠지만, 반대로 매도 가능 물량이 늘어나는 시점에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실제 시장에 얼마나 출회될지가 8월 이후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회사채 발행까지 겹쳤다…'현금 부자' 논란도 부담
주가 조정에는 회사채 발행 이슈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 선순위 무담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해당 자금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xAI 관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200억달러 규모 브리지론 차환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IPO를 통해 85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고, 현금성 자산도 10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상장 직후 회사채 발행에 나서자 시장에서는 자본 조달 전략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렸다. 성장 투자를 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라는 시각과 함께 상장 흥행 직후 차입 부담을 시장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주가가 높은 성장 기대를 선반영한 상황에서는 자금 조달 방식도 투자심리에 민감하게 작용한다. 우주 발사체와 위성인터넷 사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AI 인프라 사업까지 성장 서사에 더해진 만큼 자금 수요도 적지 않다. 다만 투자자들은 상장 직후 급격한 주가 조정과 회사채 발행이 맞물린 점을 부담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편, 스페이스X가 확보한 신규 매출원은 긍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회사는 오는 7월부터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에 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해당 계약에는 일정 기간 이후 해지 가능 조항도 포함돼 있어 장기적인 실적 기여도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공매도 압박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점도 하방을 일부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S3파트너스 추정에 따르면 현재 공매도된 스페이스X 주식은 약 4000만주로, 유통 가능 주식 약 6억2500만주의 5~7% 수준이다.
JJ 키나한 Cboe 글로벌마켓 리테일 확대·대체투자상품 총괄은 "상장 이후 첫 몇 주 동안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상장 이후 수급 정상화와 회사별 신규 변수, 인플레이션 등 거시 지표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