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이찬진 금감원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 실패 인정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6.22 16:10 / 수정: 2026.06.22 16:10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조원 돌파…보유자 92%는 개인
"증권사 배불리는 결과만 초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밝히며 도입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해외 투자 수요 유인 등을 위해 허용한 상품이 개인투자자 중심의 과도한 단기매매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밝히며 도입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당국이 해외 투자 수요 유인 등을 위해 허용한 상품이 개인투자자 중심의 과도한 단기매매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두고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발언하며 사실상 금융당국의 정책 판단 실패를 인정했다. 당국이 해외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인하고 자본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상품이 오히려 과도한 단기매매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부작용이 너무 커진 부분에 대해 사실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굉장히 많은 상태"라며 "당시 급하게 준비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 당시에도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온 상태여서 우려를 많이 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드러누워서라도 통과를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순자산 규모는 14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투자자의 약 92%가 개인투자자로 파악되고 있으며 회전율은 평균 130% 수준에 달한다. 한때는 2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는 하루 동안 상품 보유 물량이 두 번 이상 손바뀜될 정도로 초단기 매매가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원장은 "높은 위험성을 가진 상품인데도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라며 "연속 하락장이 이어질 경우 큰 손실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과도한 거래로 발생하는 수수료 부담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130% 수준의 회전율만 적용해도 매매 수수료가 적게는 5조원, 많게는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투자자들이 ETF 시가총액의 40~70%에 달하는 비용을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배가 아프더라"며 "뭐가 아프냐면 증권사 배불리는 결과만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적절한 표현일 수 있지만 도박판에서도 뽀찌(수수료)를 뜯는 사람이 가장 돈을 많이 벌지 않느냐"며 "플레이어들은 실익이 없고 장을 개설하고 운영하는 시스템만 이익을 보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상민 기자
지난 1월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미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 규제로 투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박상민 기자

당국이 기대했던 외환시장 안정 효과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홍콩에 상장된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던 자금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방안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던 것 같고 부작용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관계기관과 함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투자자 보호 및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신용거래와 미수거래 등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시장 충격 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원장은 "중산층과 서민 투자자가 의외로 많이 참여하고 있는 상품"이라며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 가계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별도의 안정 조치와 보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공개 석상에서 특정 금융상품 도입 과정에 대해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도입 취지와 달리 투기 수요를 자극했다는 당국의 문제의식이 확인된 만큼 향후 거래 규제 강화나 투자자 보호 장치 확대 등 후속 대책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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