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인천=황지향 기자] 1994년 처음 등장해 전 세계 누적 판매 1500만대를 기록한 토요타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RAV4가 전동화 시스템과 디지털 기능을 강화하고 GR 스포츠를 추가한 6세대로 돌아왔다.
지난 19일 인천 영종도와 송도, 무의도 일대 127㎞ 구간에서 올 뉴 RAV4를 직접 몰아봤다. 하이브리드(HEV) 리미티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XSE, PHEV GR 스포츠를 번갈아 타며 도심과 고속도로, 해안도로, 와인딩 구간을 두루 경험했다.
신형 RAV4는 토요타 최신 패밀리룩인 해머헤드 디자인을 입었다. 얇게 뻗은 LED 헤드램프와 커다란 육각형 패턴 그릴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한층 날렵해졌다. 측면은 각진 휠아치와 높은 지상고가 어우러지면서 SUV다운 존재감을 드러냈고 후면부는 좌우를 가로지르는 수평형 램프와 직선적인 면 처리를 통해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실용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12.3인치 계기판과 12.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수평형 레이아웃을 갖췄는데, 최근 신차들처럼 모든 기능을 화면 안에 넣기보다는 공조 기능을 위한 별도 조작부와 다이얼을 남겨뒀다. 주행 중에도 손이 자연스럽게 가는 위치에 있어 조작이 어렵지 않았다.
소소한 부분에서도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운전석 선바이저에는 햇빛을 추가로 가릴 수 있는 보조 패널이 달렸고 센터 콘솔은 운전자와 동승자 어느 쪽에서도 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실제 사용 편의성을 고려한 구성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이전보다 익숙해졌다. 아이나비 기반 내비게이션과 무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사고 발생 시 SOS 버튼이나 자동 연결 기능을 통해 토요타 고객센터와 바로 연결된다. 차량 안에서는 토요타 TV를 통해 영화나 예능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에센셜'도 1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소재는 다소 아쉬웠다. 센터 콘솔과 도어트림 일부는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한 플라스틱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눈에 잘 띄는 부분까지 고급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최근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고급감보다는 내구성과 실용성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 무난함의 정석 HEV…힘 하나는 확실한 PHEV
이날 가장 먼저 탄 HEV 리미티드는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춘 성격이었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E-Four)이 적용된 만큼 도심뿐 아니라 캠핑이나 레저 등 야외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도 무난하게 선택할 만한 구성으로 느껴졌다. 영종도 도심과 인천대교,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가속은 부드러웠고 고속에서도 차체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정숙성도 무난한 수준이다.
평범하게 느껴졌던 성격은 스포츠 모드에서 조금 달라졌다. 가속 페달 반응이 한층 예민해지고 속도를 붙이는 과정도 경쾌해졌다. 평소에는 편안하게 타다가 필요할 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라는 느낌이다.
이어 탄 PHEV XSE는 출발부터 힘이 다르게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붙는 과정이 한결 여유로웠고 추월 가속에서도 답답함이 없었다. 329마력이라는 숫자보다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는 힘이 더 인상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감속 방식이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여줬다. 토요타가 새롭게 적용한 차량 자세 제어 기능(VBPC)이 제동력을 세밀하게 제어한 덕분이다. 완전한 원페달 주행은 아니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횟수가 크게 줄어들 정도였다. 감속 과정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웠다.
엔진과 모터가 개입하는 순간도 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엔진이 개입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동력 전환이 매끄러웠고 조용한 상태에서 속도를 높여가는 감각은 전기차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 같은 RAV4지만 다른 차…GR 스포츠
마지막으로 탄 GR 스포츠는 외관부터 일반 모델과 분위기가 달랐다. 전용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붉은색 브레이크 캘리퍼, 20인치 휠이 적용되면서 공격적인 인상을 풍겼다.
주행감 역시 세 모델 가운데 가장 성격이 뚜렷했다. 무의도 해안도로와 커브 구간에서 스티어링은 묵직해졌고 차체 움직임도 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 코너에 진입할 때 차체가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적었고 조향에 대한 응답도 빨랐다.
토요타는 GR 스포츠 개발 과정에서 시모야마 테스트 코스와 다양한 와인딩 구간에서 반복적인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반 모델보다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 강했고 코너에서도 보다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포기한 세팅은 아니다. 노면 충격은 적당히 걸러내면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줬다.
세 모델을 차례로 타보니 HEV는 편안하고 무난한 주행감이 강했고 PHEV는 힘과 정숙성이 돋보였다. GR 스포츠는 여기에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운전 재미를 더했다.
효율을 중시하는 운전자부터 주행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점이 6세대 RAV4의 가장 큰 매력이다.
올 뉴 RAV4의 가격은 △HEV XLE 4927만원 △HEV 리미티드 5746만원 △PHEV XSE 6160만원 △PHEV GR 스포츠 6180만원이다.

hy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