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미국·이란 간 종전 합의로 국내 건설업계가 그동안 쪼그라들었던 중동 시장 진출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전쟁으로 파괴된 주요 인프라를 재건해야 하는데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시공 경험이 풍부해 수주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동지역 수주액은 5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감소했다. 전체 해외수주의 비중도 14.6%로 33.9%포인트(p) 축소됐다.
전쟁 여파로 중동지역 건설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면서다. 실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신규 발주 일정은 상당수 늦춰진 상태다.
이번 종전 합의로 분위기는 반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쟁 종료를 위한 양해각서(MOU) 공식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업계에선 중동지역 재건과 플랜트·원전·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인프라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번 이란 전쟁으로 중동지역 에너지 설비 80곳 이상이 공격을 받았다. 유럽 리서치기관 라이스태드 에너지는 에너지 인프라를 복구하는 데 최대 580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중동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핵심 지역이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72억6500만달러로 이중 중동(118억8300만달러)이 25.1%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럽(42.6%)에 이어 2위다. 2024년에는 49.8%로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해외건설 수주액 집계를 시작한 196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수주액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48.9%로 절반에 육박할 만큼 전통적인 텃밭이다.

현재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삼성E&A 등이 중동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특히 원유, 가스, 발전 등 플랜트 공사시공 경험이 다른 국가 건설사들에 비해 많다. 2000년대 후반 사우디, UAE 내에서 진행된 주요 플랜트 프로젝트를 독식하다시피 했다. 2009년에는 한국 건설사가 중동 전체 에너지 설계·조달·시공(EPC) 발주 물량의 50%를 자치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 쪽이 타격을 받아 그 분야가 우선적으로 복구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시설을 지었던 한국 건설사들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 전후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기금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 초대형 플랜트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타 국가들과의 경쟁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이란 물량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에서의 사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도 원천 기술 제공에 특화돼 있어 시공 주도권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재건사업 특성상 기존 설비 시스템을 파악하고 있는 원시공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이번 전쟁의 주요 피격 지점들은 2010년 초 국내 건설사들이 구축한 핵심 플랜트 거점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사업 수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적 이해관계, 현지 정부의 역량 등 사업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 제재도 관건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재건시장에서의 수주는 발주 공고가 나고 준비하면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이란 인접국의 현지 파트너, 네트워크, 재건 관련 국제기구 채널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 확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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