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글로벌 증시의 관심이 집중된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국내 인수단인 미래에셋증권이 최종 공모주 물량을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하면서 '코리아 패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앞서 스페이스X가 중국·홍콩 투자자를 IPO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인수단까지 최종 배정에서 배제되면서 한국 시장이 사실상 소외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 상장 인수단에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정규장 개장 직전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로부터 최종 배정 물량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청약에 참여한 국내 기관투자자와 전문투자자들에게는 단 한 주의 공모주도 배정되지 않았으며, 납입된 청약 증거금은 전액 반환됐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 증권신고서상 231만4815주, 공모가 기준 약 3억1250만달러(약 4700억원) 규모를 인수하는 인수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실제 판매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자 대상 청약은 사실상 무산됐다.
반면 일본 인수단인 미즈호증권은 당초 미래에셋증권과 동일한 3억1250만달러 규모의 물량을 배정받을 예정이었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약 22억달러(약 3조3500억원) 규모의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예상 물량의 7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공모주를 배정받을 수 있었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배정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공모 과정에서 약 62억달러 규모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국내 청약 규모는 약 5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총 750억달러 규모 공모에 기관투자자 2500억달러, 개인투자자 1000억달러 등 약 3500억달러의 자금이 몰리면서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수요가 높은 지역과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집중 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글로벌 IPO 시장이 철저한 수요 중심 구조로 운영된다고 설명한다. 한국 IPO 시장과 달리 미국 IPO 시장에서는 대표주관사가 사실상 절대적인 배정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인수단에 참여했다고 해서 최종 물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수요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국내 청약까지 진행했음에도 최종 단계에서 전량 배제된 사례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이스X가 이번 IPO 과정에서 중국 본토와 홍콩 투자자들을 참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 역시 향후 IPO를 추진할 경우 중국·홍콩 투자자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산업으로 인식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모두 미국 정부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스페이스X가 중국·홍콩 투자자를 사전에 배제한 것처럼 한국 역시 사실상 투자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물론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만큼 중국 사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인수단만 '0주 배정'을 받은 만큼 시장에서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미래에셋증권의 항의에도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IPO 시장 구조상 절차적 문제는 없더라도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가 최종적으로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사안이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결정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SEC 공시자료와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인수 물량은 인수단 참여 비율(Underwriting Commitment)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투자자에게 판매 가능한 최종 배정 물량(Allocation)과는 구분된다"며 "해당 IPO는 대표주관사의 최종 배정 절차를 거쳐 진행되며 각 인수인이 확보하는 물량 역시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설명서와 핵심설명서를 통해 배정 물량이 없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전에 안내했다"며 "최종 배정 과정에서 판매 가능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고객 대상 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 처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