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세, 사라질 제도"라지만…매매·전월세 동반 상승에 애타는 서민
  • 공미나 기자
  • 입력: 2026.06.11 15:50 / 수정: 2026.06.11 15:50
각종 규제로 전세 급감… 월세·매매 가격 동시 자극
전문가들 "전세 소멸론 시기상조…선택지 늘려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제도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사금융이라고 말하며 장기적으로 사라질 제도라고 말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제도를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사금융"이라고 말하며 장기적으로 사라질 제도라고 말했다. /뉴시스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세 제도를 '특이한 사금융'으로 규정하며 장기적으로 사라질 제도라고 언급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급격하고 인위적인 전세 축소가 서민 주거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전세는 물론 매매와 월세 가격까지 동시에 오르는 '3중고'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제도에 대해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며 "일종의 사금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게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전세대출과 반환보증 확대가 전세사기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 물량 감소에 대해서도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로 기존 임대 물량이 매매시장으로 나오면서 전세 물량이 줄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당 주택을 무주택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한 만큼 전세 수요도 함께 줄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전세 물량이 부족해서 폭등했다는 것은 그런 상황을 원하는 사람들이 만든 논리"라며 "통계적으로 보면 대폭등을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축소가 곧바로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다주택자 규제와 대출 규제, 실거주 중심 시장 재편 등이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나 매매로 이동하면서 월세와 매매가격까지 자극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 흐름이 뚜렷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전월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 비중은 2017년 4월 65.6%에서 올해 4월 50.2%로 15.4%p 낮아졌다. 반면 월세 비중은 같은 기간 34.4%에서 49.8%로 확대됐다. 10년 전 31.3%p였던 전월세 비중 격차가 올해 0.4%p까지 좁혀진 것이다.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월간주택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은 14.7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세가격은 6.77%, 월세는 8.99% 올랐다. 매매와 전세, 월세가 함께 오르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3중고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와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면서 매매·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3중고'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전세가 장기적으로 축소되는 방향성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급과 대체 주거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세 축소를 인위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야기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전세의 부정적 측면도 있을 테지만, 주거 시장에서 긍정적 역할도 있던 제도"라며 "전세는 그간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분명히 해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주택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져 있을 때라면 전세가 월세화되는 방향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전세 물량이 부족하고 시장이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전세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도 전세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흐름과 정부가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위원은 "전세는 임차인의 선호도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서서히 사라진다면 주택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매매와 전월세는 대체 관계인데 지금 시장 상황은 셋 다 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막는 방식으로 전세를 의도적으로 줄이려 하면 매매가격과 월세를 동시에 자극하는 3중고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임대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심 위원은 "지금 단계에서는 가격이라도 폭등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등 단기적으로 임대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누구나 아파트만 필요한 것은 아닌데 최근 몇 년간 도시형생활주택,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도 위축됐다"며 "비아파트가 주택 수에 포함되면서 매수·운영 수요가 막힌 측면이 있는 만큼, 주택 수 산정 제외나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이 선순환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mnm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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