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민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주요 기업도 이곳에 몰려 있다. 일극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주택 수요가 몰리고 집값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역대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고 혁신도시 조성과 기업·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추진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꺾이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도 집값 안정·지방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균형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흔들기 위해서는 '초광역 성장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재명 정부는 '5극 3특'을 국가 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지 못하면 집값 상승·교통 혼잡·지방 소멸 등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국정목표 세 번째로 '모두가 잘사는 균형성장'을 내걸었다. 지역·계층 간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수도권과 지역·대기업과 중소기업·노동자와 경영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성장 국가'를 실현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주요 내용은 5극 3특 중심의 혁신과 일자리 거점 조성·행정수도 세종 완성·2차 공공기관 이전·지역인재 양성·공적주택 공급 확대·맞춤형 주거 지원 등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 중 또 하나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 집중이다. 부동산 문제도 사실은 거기서 엄청 격화되고 있다"며 "수도권으로 몰려오니 지방은 망가지고 서울은 미어터지고 있다. 정부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방에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 절반 수도권 거주…지방 산업 기반 약화

역대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혁신도시 조성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행정수도 이전 논의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이 발간한 'LHRI Focus' 제79호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주민등록 인구는 2605만명으로 전체의 50.86%를 차지한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국민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2019년 처음 50%를 넘어선 이후 수도권 인구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수도권 집중은 인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제력과 기업 역시 수도권으로 몰려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79개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람과 기업·일자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청년 유출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수도권은 지속적인 인구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과 임대료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주택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 주거난과 지방 소멸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135만 가구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균형발전을 부동산 정책의 또 다른 축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세종국회의사당 건립 역시 같은 맥락이다. 행정과 산업·인구 기능을 분산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문제를 동시에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李정부 '5극 3특' 성패…"초광역 단위 성장엔진 설계·운영"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이 과거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5극 3특의 성공 열쇠로 시도별 산업 나열이나 분산 지원을 넘어 초광역 단위의 성장엔진을 설계·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5극 3특 체제의 지역산업전략에 대한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지역산업 정책은 지역 타깃산업 선정·특구 조성·투자촉진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지방 주력산업의 구조적 위기·수도권 집중·정책 자원의 분산·공간적 거점 형성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보고서는 지역투자 프로젝트가 자생적 산업·기술혁신과 충분히 결합하지 못한 점과 기업체 연구개발비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의 산업혁신과 인재 정착을 뒷받침할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앵커기업 투자와 배후산업공간·거점도시의 혁신기능·대학과 연구기관·인재양성·재정 지원을 결합한 초광역 성장엔진으로 구체화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기업 지원 역시 단순 입지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연구소 설치·공동연구·지역인재 채용·지역기업 공급망 참여·재직자 교육 등 지역 혁신생태계 기여와 결합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초광역권 내 60분 교통체계와 대중교통망·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노동시장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5극 3특의 성공 여부를 두고 독일 사례를 참고 모델로 제시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지역문제를 단기 시설 배치나 일회성 보조사업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장기간 관리하고 있다. 독일 수도권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지역의 인구 비중은 7.5% 수준에 머문다. 대신 함부르크와 뮌헨·프랑크푸르트·슈투트가르트 등이 산업과 일자리 기능을 분담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책 접근 방식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한국이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 중심의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다면 독일은 교육과 문화·교통 인프라 확충을 통해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공장이나 기업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과 교육·문화 여건을 함께 개선해 지역 경쟁력을 높였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독일도 완전한 성공 사례는 아니다. 독일도 통일 이후 동서 간 임금·생산성 격차·청년 유출 등 문제를 안고 있다. 다만 장기간 지역문제를 관리해 온 비교 사례로 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히 균형발전 성패는 예산의 크기나 시설의 수가 아니라 인구가 정주할 만큼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