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성과급 등 보상체계에서 출발한 카카오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카카오 노조는 사상 처음으로 본사 차원의 부분파업을 단행한 가운데, 이달 말에는 사실상의 전일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 장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노조 카카오 지회(이하 카카오 노조)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파업을 진행한 회사는 앞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노사 조정절차를 밟았던 카카오 본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이다.
카카오 노조는 점심시간 무렵 경기도 성남시판교역 광장에서 집결해 H스퀘어 광장까지 약 1km 거리행진을 한 뒤,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현장 참여 인원은 노조 추산 약 700명이다. 반차를 내거나, 업무 시스템을 끈 채 사무실에서 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15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카카오 본사 소속 인원은 1000여명이다.
이날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오늘의 파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오는 29일 '로그 오프 데이'를 준비해서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경영진이 책임 있는 답을 내놓을 때까지, 그리고 직원이 존중받는 카카오 공동체를 만들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전일 연차 투쟁을 의미한다. 카카오는 현재 유연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로그 오프란 업무 시스템이나 메신저 등에 접속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카카오 노조는 약 5000명에 이르는 전 조합원이 로그 오프 데이에 참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결의대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로그 오프 데이는 사실상의 하루짜리 연차 투쟁"이라며 "말 그대로 직원들이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출근할 일도 없기 때문에 단체 행동 등을 예상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 노사가 가장 큰 견해차를 보이는 영역은 성과급 등의 보상 체계다. 당초 노조는 지난해 회사 영업이익의 13~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직원 한 명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약 1000만원 수준이다.
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회사 측은 직원 1명당 약 500만원의 RSU를 지급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성과급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RSU는 장기적 보상 체계의 일부인 만큼, 성과급 재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카카오 측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확보와 카카오톡의 '에이전틱 AI 플랫폼' 전환 등의 미래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이같은 보상 요구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 문제뿐만 아니라 그룹 내 고용안정 보장과 물의를 일으켰던 주요 경영진에 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는 등 경영쇄신을 촉구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결의대회에서 경영진 퇴진을 요청했는데, 이는 (물의를 일으킨 경영진이) 명확히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방치하지 말고 제대로 징계를 하거나 관리를 하라는 요청"이라며 "가령, 지난달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자진 퇴사했지만, 그로 인해 촉발된 여러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홍 CPO가 떠났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해도, 관련 내용에 대한 조사는 필요한 상황"이라며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개선책을 만들 수 있는데, 문제 당사자만 사라져서는 문제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노위 조정 절차 이후에도 사측이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서 지회장은 "결렬 이후 카카오 본사 측에서만 단 한 번의 교섭을 진행했다"며 "부분 파업 이틀 전 진행했지만, 어떤 사안을 합의할 만큼의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비해 수정된 보상안을 가져오긴 했지만, 가장 큰 차이인 '미래의 보상이 아니라 현재의 보상'이라는 부분에서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카카오 노조의 압박이 4시간 부분파업에서 8시간 전일파업으로 옮겨가며 심화되는 가운데, 노사 갈등 역시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부분파업을 앞두고 "주요 플랫폼과 서비스 운영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어 이번 파업이 실제 서비스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단체행동 기간 중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카카오 측과의 점검회의를 개최해 서비스 연속성 및 안정성 확보방안을 점검했다. 또한 카카오 측과 협력해 서비스 운영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장애 발생 시 신속한 상황 공유와 대응이 가능한 협력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부분파업 과정에서 카카오톡과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등 주요 서비스에서의 장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파업 절차가 심화될 수록 운영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 지회장 역시 "29일 파업 과정에서의 대규모 장애가 예상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업무 툴에서 로그아웃이 되거나, 로그 오프 상태가 되면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응이 느려질 수 있는 등의 차질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은 앞으로 회사의 개발 일정이나 사업상 계획에 더 큰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통상 IT 서비스는 소수의 핵심 인력만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제조업 공장의 (파업으로 인한) 인력 이탈과는 성격이 다른 면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예상하지 못한 장애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사안 파악과 대응에 평소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보안이나 사소한 오류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정하며 대응해 나가는 구조인 만큼,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작은 오류나 취약점이 누적되면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서 지회장은 "파업 자체가 본질이 아니라,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해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찾으면서, 회사와 적절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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