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창사 첫 파업 1500명 참여…"무책임 경영진 퇴진하라"
  • 최문정 기자
  • 입력: 2026.06.10 16:37 / 수정: 2026.06.10 16:44
카카오 노조, 10일 4시간 부분파업
판교역 일대 약 1km 행진
29일 전일파업 예고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카카오 노조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성남=송호영 기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카카오 노조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성남=송호영 기자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초여름 햇빛이 점차 강렬해지던 10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는 때아닌 긴장감으로 술렁였다. '혁신의 도시' 판교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민중가요가 나오는 가운데,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례로 줄을 서서 검은색 티셔츠와 우산을 받아 든 이들은 카카오 노조원들이었다.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조합원들은 이날 카카오 설립 이후 약 20년 만에 첫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카카오 노조가 거리로 나왔다. 그동안 불공정한 성과 분배와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이날 파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무렵까지 진행됐다. 중간에 점심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4시간 동안 진행됐다.

판교역 광장에 집결한 노조원들은 피켓을 들고 "무책임한 경영진은 퇴진하라", "고용안정 쟁취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에 나온 노조원의 숫자는 약 700여명에 달했다. 오후 12시정도가 되자 판교역 광장에서 물품을 지급받은 노조원들은 줄을 맞춰 거리행진에 나섰다. 판교역 광장에서 출발해 H스퀘어까지 약 1km를 행진하는 노조원들은 연신 피켓을 들어올리고, 구호를 외쳤다. 수십 미터 넘게 이어진 노조원 행렬에 점심을 먹으러 가던 인근 직장인들도 멈춰서 지켜보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노조가 추산하는 이날 실제 파업 동참 인원은 1500명에 달한다. 결의대회 참석과 행진 등에 나서진 않더라도 내부적으로 동참한 인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카카오톡과 카카오맵 등의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 본사 직원은 약 1000명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 본사 직원이 3975명으로 집계된 것을 고려하면,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이번 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뙤약볕에도 약 30분간 행진을 이어온 카카오 노조는 H스퀘어 앞 광장에 모여 본격적인 결의대회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 추산 약 700명의 인원이 결의대회 및 거리 행진에 참석했다. /성남=송호영 기자
카카오 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노조 추산 약 700명의 인원이 결의대회 및 거리 행진에 참석했다. /성남=송호영 기자

현재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 등을 포함한 보상 체계와 고용 연속성 등의 총체적인 차원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보상 체계의 경우, 노조는 회사 측에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보상프로그램으로 제공된 1인당 약 500만원 상당의 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포함 여부에도 이견이 있다. 사측은 RSU를 성과급 규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측은 이는 별도라는 의견이다.

이날 카카오 노조 측은 지난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 등의 주요 경영진이 카카오톡의 대규모 개편을 목표로 진행된 '빅뱅 프로젝트' 추진 당시,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부서 회의에서 인당 약 1500만~3000만원 수준의 보상이 언급됐다는 내용도 밝혔다. 직원들은 이러한 경영진의 약속을 믿고, 휴일을 반납하거나, 근로시간을 넘기며 일을 진행해 왔지만, 실제로는 연봉의 3%, 6%, 9% 등 한 달 월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인센티브 수령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카카오 노조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성남=송호영 기자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한 카카오 노조가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를 행진하고 있다. /성남=송호영 기자

이흥열 카카오 노조 부지회장은 "회사는 정신아 대표가 좋은 실적을 거뒀다는 이유로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5억원이 넘는 상여금을 지급했다"며 "그러나 직원들에게만 추가 지급 여력이 없다고 밝히는 것은 기준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가 원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것이며, 회사의 성장과 성과가 실제로 일한 구성원들에게도 돌아가도록 제도화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도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카오가 제안하는 RSU 방식의 보상안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면, 노조도 이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러면 경영진도 RSU 방식의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 이들의 성과급은 현금성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직원에게만 RSU를 받으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회사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도 요구했다. 특히 최근 자진해서 회사를 떠난 홍민택 전 CPO와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매각 후 회사를 떠난 양주일 전 AXZ 대표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서승욱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이날 오는 29일 로그오프데이를 통해 파업을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성남=송호영 기자
서승욱 전국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이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유스페이스광장에서 열린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 지회장은 이날 오는 29일 '로그오프데이'를 통해 파업을 이어나갈 것을 예고했다. /성남=송호영 기자

함께 파업에 동참한 카카오 계열 법인들은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의 부재와 고용불안 문제를 거론했다. 특히 카카오 계열 법인들이 실질적으로 그룹 차원의 결정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공동교섭 등을 통한 해결을 요구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약 3년간 고용 불안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신아 대표는 (CA협의체 의장으로서) 검색 조직 복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책임을 떠넘긴 일을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클라우드 사업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29일 하루 동안 '연차투쟁'을 진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목표다.

서승욱 지회장은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9일 로그오프데이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유연 근무제를 실행하고 있는데, 로그오프란 업무 시스템이나 메신저 등의 접속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인 연차투쟁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실질적으로 5시간에 걸친 파업에도 카카오톡과 카카오맵 등 주요 서비스의 오류는 발생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주요 플랫폼과 서비스 운영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축돼 있어 이번 부분파업이 실제 서비스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단체행동 기간 중 이용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역시 파업을 앞두고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서비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jay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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