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고 권위의 대사질환 학회에서 비만,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의 연구 성과를 대거 발표했다. 단순한 체중 감량 수치 경쟁을 넘어 간·신장·심장 등 전신 장기를 보호하는 '대사질환 통합 관리'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개최된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 연례 학술대회'에 한미약품, 프로티나, 동아에스티(메타비아), 대원제약, HK이노엔, 펩트론,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 등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가해 최신 임상 및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한미약품은 이번 학회에서 체중 감량의 질(WLQ)을 개선하고 심장·신장 보호 가능성을 제시한 2개 비만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총 8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 펩타이드 기반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은 지방은 줄이면서도 근육량을 늘리는 체성분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마우스 모델에서 좌심실 비대 지표를 개선하고 병적 심장 리모델링을 완화하는 심장 보호 효과를 공유했다. 고혈압 및 신장 손상 모델에서도 진행성 신장 기능 악화를 억제하고 요중 알부민 배설량을 대조군 대비 40% 이상 감소시키는 등 통합적인 심혈관·신장 축 치료 전략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원제약은 팜어스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연구 중인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GIP·글루카곤·가스트린 기반의 '4중 작용 비만 치료 후보물질'의 전임상 결과를 최초 공개했다. 기존 3중 작용제 기전에 위산 분비 및 세포 재생에 관여하는 가스트린 수용체 활성화 기전을 결합한 물질이다. 장기 투여 시 발생하는 체중 감소 정체기와 장기 기능 저하 문제를 보완하도록 설계됐으며, 식이 유도 비만 쥐 모델에서 투여 22일 차에 대조군 대비 최대 50% 이상의 극적인 체중 감소와 함께 췌장 베타세포 보호 및 신장 기능 개선 지표를 확보했다.
동아에스티와 관계사 메타비아는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 비만치료제 'DA-1726'의 고용량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한 가운데, 투여 54일째에 평균 9.1%의 체중 감소와 9.8cm의 허리둘레 감소를 확인했으며 8주 차까지 체중 감소 정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울러 GPR119 작용 기전의 MASH 치료제 '바노글리펠'의 병용 요법 전임상 결과도 공개해 레스메티롬 병용 시 간 손상 지표(ALT)를 83.5% 감소시키는 등 우수한 간 보호 시너지를 입증했다.

HK이노엔은 중국 파트너사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와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의 직접 비교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cAMP(고리형 아데노신 일인산) 편향 수용체 작용제로 부작용 신호는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했다. 임상 결과 투여 20주 차에 에크노글루타이드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12.8%)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9.5%) 대비 35% 이상 높았으며, 우수한 위장관 내약성을 확보해 차세대 치료제로서의 우월성을 보였다. HK이노엔은 국내에서 해당 물질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프로티나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구두 발표 세션에 선정되며 눈길을 끌었다. 프로티나는 장기 지속형 위억제펩타이드 수용체(GIPR) 길항 항체 후보 'PRT-1309'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는 비만과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위억제펩타이드(GIP) 신호를 억제해 체중 감량 후 체중 재증가를 막고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임상 시험에서 PRT-1309는 단 1회 투여로도 용량에 비례하는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추가 투여 없이도 4주 동안 체중 감소 효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건강한 동물 모델에서 실시한 약물동태학(PK) 분석에서는 반감기 20.3일이 확인됐다.
투여 편의성을 극대화한 장기지속형 플랫폼 기술도 큰 주목을 받았다. 펩트론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의 월 1회 투여 주사제 'PT403'의 비임상 결과에서 2~3주 간격 투여만으로 4주 시점에 약 30%의 체중 감소를 유도해, 매일 또는 3일 간격으로 투여한 세마글루타이드 대조군보다 우수한 효능을 증명했다.
인벤티지랩 역시 월 1회 비만약 후보물질 'IVL3021'의 전임상 연구를 통해 기존 위고비 투여 후 IVL3021로 전환했을 때 요요 현상 없이 체중 감소 상태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자체 플랫폼 기술 '이노램프'를 적용해 카그리세마, 터제파타이드 등 대용량 차세대 비만약을 1개월 지속형 제형으로 개발할 수 있는 안정적인 PK 데이터를 소개했다.
일동제약의 자회사 유노비아는 경구용 GLP-1 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 데이터를 발표해 '먹는 비만약' 경쟁에 가세했다. ID110521156은 임상에서 28일 투여 결과 용량 의존적인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효과가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근육 보존, 다중 작용, 장기지속형 주사제 및 경구제 등 빅파마들의 관심이 집중된 분야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잇따른 만큼 향후 글로벌 기술이전 등 가시적인 사업화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