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한성숙 총리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 시절 연루된 각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네이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업스테이지 자문 활동과 주식 보유에 대해 "네이버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당시 네이버 대표이사였던 한 후보자는 관련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사건까지 재조명되면서 정치권의 검증 공세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28분 기준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01%(3만3500원) 하락한 24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방한과 AI 사업 협력 기대감에 12.91% 급등했지만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앞서 네이버와 엔비디아는 국내에 기가와트(GW)급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양사는 내년 55메가와트(MW) 규모 인프라 가동을 시작으로 2027년 100MW, 2028년 200MW까지 규모를 확대하고 최종적으로는 GW급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한 반도체 공급 계약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부터 글로벌 고객 확보까지 공동으로 추진하는 AI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팩토리라는 초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네이버 주가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업스테이지 논란, 성남FC 후원금 의혹,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이 잇달아 재조명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지난달 29일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다. 당시 한동훈 후보는 하정우 후보를 향해 "업스테이지 주식 1만주를 받기 전에 네이버의 사전 허락을 받았느냐"고 물었고, 하 후보는 "내부 조직장으로부터 허락을 받았고 관련 서류도 있다. 네이버에 확인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 전 수석은 네이버 AI센터장 재직 시절 업스테이지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주식 1만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언급한 '네이버의 허락'이 단순한 부서 차원의 승인인지, 경영진 보고를 거친 공식 절차였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하 전 수석의 업스테이지 활동 시기는 한 후보자가 네이버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시기와 겹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향후 국회 검증 과정에서 한성숙 후보자가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또 어떤 보고·승인 체계를 통해 외부 활동이 허용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팩트>는 한 후보자에게 △하 전 수석의 업스테이지 자문 활동 및 지분 보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관련 외부 활동을 직접 승인하거나 허락한 사실이 있는지 △당시 업스테이지가 AI 사업을 영위하던 상황에서 해당 활동이 네이버 내부 규정과 이해상충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는지 등을 질의했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이날 오전까지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업스테이지는 이후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 대상에 선정된 데 이어 금융위원회 산하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600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유치했다. 반면 네이버는 독파모 사업 과정에서 자체 AI 모델의 기술력을 둘러싼 논란에 휘말렸고, 글로벌 생성형 AI 경쟁에서도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과 업계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핵심 AI 인력이 경쟁 AI 스타트업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니냐"며 당시 경영진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업스테이지가 성장하는 동안 네이버가 AI 경쟁력 논란에 시달리게 된 배경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역시 한 후보자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시 한 후보자가 성남FC 후원금 집행 과정과 관련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해당 의사결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등이 향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로부터 39억원 규모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네이버 제2사옥 건축과 관련한 편의를 제공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7월 15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 질의를 받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책임자로 지목돼 사임했던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대표로 복귀한 점을 지적하며 "유족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당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진을 전면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의 네이버 유럽사업대표 이동이 책임을 진 것이 맞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그 부분에 대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산자중기위가 최인혁 부문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최 대표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핵심 증인이 빠진 맹탕 청문회"라고 비판했다.
업스테이지 논란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직장 내 괴롭힘 사건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한 후보자의 네이버 재직 시절 의사결정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 전 수석이 공개적으로 '네이버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힌 이상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승인했는지에 대한 검증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향후 한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는 업스테이지 문제뿐 아니라 성남FC 후원금 집행 과정,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대응 등 과거 네이버 경영 전반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확대와 AI 사업 재정비 등 네이버의 중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업스테이지 논란과 성남FC 의혹 등이 정치권 공방으로 확대될 경우 당분간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제휴를 통한 네오클라우드 사업 진출로 국내·글로벌 매출 확대가 가능해지면서 기업 체질이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며 목표주가 40만원을 제시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AI 컴퓨팅 수요 증가 속에서 네이버의 풀스택 클라우드 역량을 활용한 B2B 사업 확대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목표주가 39만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