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의류 제조 업체 한세실업이 인간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옷 제작에 나선다.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가정시장으로 확대되는 점에 주목해 기능성을 살린 로봇 의류를 미래 신사업으로 제시했다.
한세실업은 8일 오전 서울 삼성동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의류 전시인 '웨어 더 퓨처(Wear the Future)'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한세실업 김익환 부회장과 손지연 연구개발(R&D) 본부 이사가 참석해 로봇 패션의 비전과 기술력을 설명했다.
한세실업이 로봇 패션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는 로봇 시장이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수천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용 의류와 소재 시장도 함께 부상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앞서 한세실업은 2019년 국내 의류 업계 최초로 '버추얼 디자인(VD)'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3D 가상 샘플 제작 기술을 도입하며 환경 보호는 물론, 글로벌 고객사와의 협업에서 효율성과 경쟁력도 제고시켰다.
이어 2023년에는 인공지능(AI) 전담 조직을 마련해 디자인부터 제품 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에 AI 기술력을 접목했다. 단순히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옷을 만드는 방식이 아닌, 축적된 데이터로 디자인을 먼저 제안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한세실업은 다음 단계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목했다.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꼽은 만큼, 로봇이 제조·물류 현장을 넘어 교육·돌봄 등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세실업은 국내 산업현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되는 시점을 2028년으로 전망했다. 이에 글로벌 거점의 디자이너 140여명과 함께 로봇 의류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 의류의 특징은 움직임(보호), 기능, 개성 세 가지다. 관절의 가동 범위와 반복 패턴을 고려해 디자인했으며, 장시간 구동 시 발생하는 배터리 열을 제어하기 위해 통기성 특수 구조와 냉감 기능을 강화했다. 인간이 느낄 위화감을 최소화하는 디자인도 적용했다.
김익환 부회장은 "한세실업은 원단과 의류를 만드는 기업으로서 고객사에 주도적으로 디자인을 제안하고 생산한다"며 "우리의 DNA는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에 있으며, 3D 디자인과 AI 활용에 이어 다음 단계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 실적 돌파구 찾는 한세실업, '로봇 패션' 승부수 통할까
1982년 설립된 의류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 한세실업은 전 세계 10여개국에 30여개 법인과 5만여명의 인력을 두고 있다. 패션 브랜드 타깃(TARGET)과 갭(GAP), 유통업체 월마트 등 글로벌 고객사를 다수 보유했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8.0% 증가한 1조9418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와 같은 4672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 감소한 105억원에 그쳤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사업 매출(4270억원)이 미국 내 소비 둔화로 타격을 입은 영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세실업은 로봇 패션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아시아와 중미의 생산법인, 연간 4억장의 생산역량을 토대로 로봇 패션의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세실업은 로봇에 최적화한 냉감 특수소재와 내마모성·형태 복원력이 우수한 기능성 원단을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해 실제 대량 발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현장 도입을 앞둔 한 관계자는 "로봇이 현장에서 실제 인력 대비 어느 정도의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증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단계에서 현장 업체들이 로봇 의류를 도입해 실제로 활용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세실업 역시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보다는 기술 연구와 사업 제안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다. 한세실업은 이달 12일까지 패션 계열사 한세엠케이의 브랜드 '더 비 아카이브(the B Archive)'와 함께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서 일반인 대상 전시를 진행하며 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손지연 R&D 본부 이사는 "휴머노이드 의류는 기존의 기능성 의류 기술을 미래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라며 "향후 로봇 상용화 시점에 맞춰 제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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