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선거철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했던 IBK기업은행 지방 이전론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대구시장 선거 과정에서 기업은행 본점 유치 공약이 제기된 데 이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와 맞물리면서다. 다만 정작 기업은행은 현재까지 본점 이전과 관련해 논의되거나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본점 소재지가 서울로 정해져 있는 만큼 실제 이전까지는 법 개정과 국회 논의, 정책금융 기능 훼손 우려 등 넘어야 할 문턱도 적지 않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지방 이전론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각됐다. 대구 지역 정치권에서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구에 신용보증기금 본점이 있는 만큼 기업은행이 이전할 경우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보증 기능의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논리다. 대구가 중소기업 기반이 강한 지역이라는 점도 유치 명분으로 거론돼 왔다.
최근에는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취임 이후 대구시 차원의 기업은행 유치 전략이 재정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은 선거 과정에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거론됐다. 대구시는 그동안 기업은행 이전 필요성을 정부 부처 등에 설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균형발전과 중소기업 금융지원 기능 강화를 동시에 내세워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논의에 기업은행을 포함시키려는 구상이다.
다만 이전론이 실제 추진 단계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다. 가장 큰 장벽은 법이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 제4조는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 등 다른 지역으로 옮기려면 국회에서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앞서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4년 11월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1년 6개월 넘게 계류 중이다.
기업은행도 현재까지 지방 이전과 관련한 공식 논의나 내부 검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논의된 사항이 없어 별도로 안내드릴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지방 이전 가능성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항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본 건 역시 지방 이전 가능성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사항은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이전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배경에는 지역균형발전 요구가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지역 경제를 살리고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일자리와 관련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의가 대표적이다. 기업은행 역시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지만 일반 공공기관과 달리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정책금융 기능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성격은 더 복잡하다.

다만 기업은행은 본점 이전과 별개로 지역 중소기업 지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내세우고 있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2030년까지 300조원을 투입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지역 산업 생태계와 소상공인 재기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공유하되, 이를 본점 이전이 아닌 정책금융 공급 확대와 지역 산업 지원으로 풀겠다는 기조로 읽힌다.
노조 반발도 변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기업은행 본점 이전론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권의 선거용 공약으로 국책은행을 흔드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대구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여야 후보가 기업은행 대구 이전 공약을 내놓자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지원이라는 정책 기능을 맡고 있는 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만큼, 강제 이전이 영업 효율성과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 본점 이전이 단순한 사옥 이전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과 정책자금 공급의 핵심 창구다. 본점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여신 심사, 정책금융 집행, 금융당국·국회와의 소통, 수도권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 지원 기능 등에 미칠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도권에 중소기업과 금융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만큼 정책금융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향후 관건은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에 기업은행이 포함될지, 국회가 중소기업은행법 개정 논의에 실제로 착수할지 여부다. 지역균형발전 명분과 정책금융 기능 유지 필요성이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더라도 법 개정과 이해관계자 설득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 이전론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거론되지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이라는 점에서 일반 공공기관 이전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법 개정뿐 아니라 정책금융 기능과 수도권 기업 지원 역량에 미칠 영향까지 함께 따져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