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스페이스X, 꿈의 상장인가 '유동성 블랙홀'인가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6.08 11:06 / 수정: 2026.06.08 11:06
12일 나스닥 데뷔·750억달러 조달 목표
AI 적자·고평가 부담 속 국내 증시도 촉각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AP.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오는 12일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AP.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기록에 도전한다. 우주·위성인터넷·인공지능(AI)을 묶은 성장 기대감과 초대형 공모에 따른 유동성 흡수 우려가 맞물리면서, 스페이스X는 상장 전부터 글로벌 증시의 변동 요인으로 떠올랐다.

◆ 135달러 고정가 내건 스페이스X…월가 관행도 흔드나

8일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오는 11일 공모가 확정 절차를 거쳐 12일 미국 나스닥에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제시된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 조달 목표액은 750억달러다. 신주 5억5560만주 발행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면 상장 후 예상 기업가치는 1조750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019년 상장한 사우디 아람코의 IPO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의 관심은 공모 가격과 상장 방식에 맞춰져 있다. 스타링크의 수익성과 우주산업 성장성은 흥행 요인으로 꼽히지만, AI 적자와 고평가 부담, 글로벌 유동성 흡수 우려도 동시에 따라붙고 있다.

가격 결정 방식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인 미국 IPO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 범위를 좁혀 간다. 반면 스페이스X는 투자자 로드쇼가 본격화되기 전 구체적인 가격을 먼저 제시했다. 월가에서는 머스크가 공모 과정에서도 가격 협상 주도권을 강하게 쥐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모 구조 역시 기존 초대형 IPO와 차이가 있다. 스페이스X는 기존 주주 구주 매출보다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조달 자금은 위성망 확장과 AI 컴퓨팅 인프라 등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 배정 확대도 눈길을 끈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공모 물량 가운데 최대 30%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될 수 있다. 초대형 IPO에서 기관투자자 몫이 압도적으로 컸던 기존 관행과는 다른 접근이다.

머스크 특유의 대중성과 테슬라를 통해 형성된 개인 투자자 기반은 공모 흥행의 변수로 꼽힌다. 스타링크 서비스 인지도, 우주산업 성장 기대감까지 맞물리면서 상장 전부터 투자자 관심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다만 공모 배정을 받지 못한 투자자는 상장 이후 나스닥 시장에서 직접 매수하거나, 향후 관련 지수·상품 편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 스타링크는 벌지만 AI는 적자…국내 증시도 '수급 변수'

상장 구조가 공모 흥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상장 이후 주가를 좌우할 변수는 결국 실적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86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49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46억9000만달러, 영업손실 19억4000만달러를 냈다.

사업부별 흐름은 엇갈린다. 스타링크가 포함된 연결성 부문은 올해 1분기 11억9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AI 부문은 같은 기간 8억1800만달러의 매출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4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구상은 장기 성장성을 키우는 재료지만, 단기 실적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몸값을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 상장 후 기업가치 1조7500억달러가 현실화되면 스페이스X는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 반열에 곧바로 오른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 기준 주가매출비율이 90배를 웃도는 만큼, 향후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도 변수다. 스페이스X는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머스크와 내부자에게 강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창업자의 장기 전략 추진에는 유리하지만, 일반 주주의 견제 장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국내 증시에서도 스페이스X 상장은 단순한 해외 대형주 데뷔 이상의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대형 IPO가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면 최근 급등세를 보인 국내 반도체·AI 주도주에서 단기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은 단기 유동성 흡수,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이라며 "하방보다는 기존 주도주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스페이스X 상장이 임박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블랙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 대비 급등한 코스피의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 직후 흐름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 상장 직후 주가 변동이 극심해질 것"이라며 "상장 직후 2~3일 전후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지만 공격적인 차익 실현도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험상 IPO 이후 몇 달간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빈번했고, 이에 실망해 상장 전 상당히 높았던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식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스페이스X 상장이 국내 AI·반도체 투자심리를 구조적으로 훼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형 IPO 사례를 고려하면 주가는 결국 당시 시장 상황과 기업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였다"며 "AI 레이스의 본질은 AI 인프라인 만큼, AI 인프라 관련주의 주도주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첫 거래일 주가 흐름이 흥행 여부를 가를 전망이다.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가 형성되면 AI·우주·방산 등 고성장 테마 전반에 위험 선호 심리가 다시 붙을 수 있다. 반대로 상장 직후 주가가 흔들릴 경우 초대형 성장주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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