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8배 뛰자 中 CXMT도 흑자…반도체 호황의 역설
  • 정다운 기자
  • 입력: 2026.06.06 00:00 / 수정: 2026.06.06 00:00
"中 추격 시계 빨라질 수도"…업계도 주시
기술 유출은 우려…인재 이탈 우려는 완화
메모리 반도체 그래픽. / 더팩트 DB
메모리 반도체 그래픽. / 더팩트 DB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최대 8배 뛰며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호황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흑자 전환까지 이끌면서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추격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9.4% 증가한 371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수출 급증 배경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있다.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16Gb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5월 4.8달러에서 지난달 37.5달러로 682.1% 뛰었다. 낸드(NAND) 128Gb 역시 같은 기간 2.92달러에서 26.51달러로 806.9% 수직 상승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양사는 올해 1분기 합산 약 9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다만 이번 호황은 중국 메모리 업계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그간 막대한 정부 지원 아래 성장해온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해 78억7000만위안 적자에서 18억7500만위안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중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원래 따라오게 돼 있었는데 이번 가격 상승으로 효과를 더 빨리 보고 있는 것"이라며 "슈퍼사이클이 아니었다면 당장 흑자 전환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들도 계속 기술을 축적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추격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XMT의 과창판(과학혁신판) 상장 신청은 지난달 27일 상장심사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회사 투자설명서에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08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1% 증가했고 순이익은 330억1200만위안으로 1268.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CXMT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295억위안(약 6조7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서 생산능력과 출하량, 매출 기준 세계 4위 D램 업체라고 밝히며 투자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시스
지난 2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 뉴시스

업계에서는 중국 메모리 기업의 흑자 전환 자체보다 투자 여력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정부 지원에 의존하던 중국 업체들이 업황 개선으로 자체 현금 창출 능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이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확보한 자금이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에 투입될 경우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장에서도 중국 추격에 대한 경계감이 감지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엄청 견제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중국 업체도 흑자를 내고 있다더라.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세를 경계하면서도 아직 기술 격차와 시장 구조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CXMT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상승 수혜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이 주도하는 선행 제품과 중국 업체 제품은 시장이 다르고 중국산 메모리도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어 당장 경쟁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 문제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지만 인재 유출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업체들의 높은 처우를 앞세운 인재 유출 우려가 컸지만 최근에는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국내 기업들의 보상 수준이 크게 높아지면서 관련 우려도 상당 부분 잦아들었다"며 "다만 조선과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반복됐던 만큼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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