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주일도 안돼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한국에서 재회했다. 두 사람은 지난 1일과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행사에서 별도 회동을 가졌으며, SK하이닉스 부스 투어 중에도 추가적인 만남을 가지는 등 굳건한 'AI 동맹'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 회장은 5일 서울 홍대의 한 삼겹살집에서 젠슨 황 CEO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평소 미국, 중국, 대만 등을 다니며 그 지역의 인기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는 황 CEO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엔비디아 본사가 있는 미국 산타클라라에서도 한국식 치킨을 함께 즐긴 바 있어 이날 삼겹살 회동은 황 CEO의 답방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7개월 동안 6번에 달한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지난해 10월 경주 APEC을 시작으로 미국과 대만에서 회동을 가져왔다. 두 사람이 단기간에 집중적인 미팅을 가진 만큼 논의 테이블에 오른 주제도 단순한 반도체 공급을 넘어 글로벌 AI 시장과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논의하는 단계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과 엔비디아 간 협력은 HBM, GPU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AI 혁신을 위한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에 뜻을 모았다. 엔비디아 GPU로 구동되는 '옴니버스 플랫폼'을 SK그룹이 구축하고 이를 SK그룹 계열사, 국내 공공기관 및 스타트업 등에 개방하는 것이다. 옴니버스는 제조업 공정을 온라인 3차원(3D)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축해 시뮬레이션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가 6세대(6G) 이동통신 핵심기술로 추진 중인 AI-RAN(무선접속망) 기술 개발에 참여하며 R&D, 실증, AI-RAN에 특화한 AI 서비스 발굴 등에 함께하고 있다. 젠슨 황 CEO도 지난 1일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SK텔레콤을 전략적 파트너로 꼽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양사간 축적된 신뢰와 협업, 역량을 바탕으로 최 회장이 최초 구상한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 엔비디아, TSMC를 이은 'AI 삼각동맹'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젠슨 황 CEO가 SK하이닉스의 HBM을 비롯한 반도체 기술력에 신뢰를 보내고 있고, 지난 3일에는 최 회장과 웨이저자 TSMC 회장이 대만에서 별도로 회동을 갖고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의지를 다지는 등 세 회사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지는 모습이다.

엔비디아가 그리는 피지컬 AI와 지역 특화형 소버린 AI 생태계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한국 핵심 기업들이 가진 독보적인 제조,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수적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최 회장을 통해 한국의 역량을 한눈에 조망하고 손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엔비디아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첫 협력을 시작했지만, AI 인프라 전반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양 측은 더욱 확산된 범위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동분서주하며 젠슨 황과 신뢰를 쌓았고, 이러한 노력이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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