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삼성 합병 손배소' 2차 변론…"청구 원인 정리해야" 지적
  • 이성락 기자
  • 입력: 2026.06.04 17:21 / 수정: 2026.06.04 17:2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차 변론
재판부 "7월 말까지 청구 원인·손해배상 범위 정리해달라"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4일 진행됐다. /더팩트 DB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입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이 4일 진행됐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민연금이 청구 원인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피고 측 지적이 나왔다. 재판부도 이를 인정하며 사실관계 정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국민연금이 이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삼성물산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국민연금 측은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이사, 업무 집행자로서 충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날 피고 측은 피해를 주장하는 국민연금이 청구 원인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짚었다. 구체적인 이유와 사실관계를 제시하지 못해 반박의 여지조차 충분치 않다는 취지다.

피고 측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됐다면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해를 국민연금이 입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는 기본적인 것부터 맞지 않다. 손해액을 말하기 전에 (국민연금 측이) 청구 원인을 정리하는 게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은 답변을 미뤘다. 이에 피고 측은 "청구 원인을 확정하는 기한을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후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 원인과 손해배상액의 범위 등을 다음 달 말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지위를 중첩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도 요구했다.

청구 원인과 손해배상액 범위 등 사실관계가 구체화되는 다음 변론에서는 양측의 주장 또한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일은 오는 9월 10일이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1대 0.35의 비율로 합병됐다. 제일모직 주식 1주의 가치를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국민연금은 불리한 합병 비율로 보유 지분 가치가 훼손됐다며 2024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국민연금은 정권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며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합병을 계획·추진하고 회계 부정 등을 저지른 혐의의 경우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무죄 판단이 나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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