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한국투자증권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를 전략적 주주로 맞아들이며 지배구조를 대폭 개편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코인원과 한국투자증권, OKX, 컴투스홀딩스는 4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 본사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금융 생태계 구축 비전을 발표했다.
앞서 4개사는 지난달 29일 전략적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는 코인원 기존 주주가 보유한 구주 일부와 신주를 인수해 각각 약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투자 완료 후 코인원 지분 구조는 차명훈 대표 30.36%, 컴투스홀딩스 24.54%, 한국투자증권 약 20%, OKX 약 20% 수준으로 재편된다. 차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며 기존 경영진 중심의 독립 경영 체제도 이어간다.
이날 행사에는 차명훈 코인원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 스타 쉬(STAR XU) OKX 대표가 참석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번 거래가 단순 투자 유치를 넘어 향후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한 지배구조 개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규제가 도입될 경우 일부 거래소는 대규모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
반면 코인원은 이번 거래를 통해 주요 주주 지분율을 20~30% 수준으로 분산시키면서 규제 대응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시행 이후 강제적인 지분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원치 않는 외부 투자자에게 지분이 넘어갈 가능성을 사전에 낮췄다는 분석이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최종 규제안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코인원은 미리 지분 구조를 정리해 놓으면서 향후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상당히 전략적인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 배경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회사의 성장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전통 금융권과 글로벌 탑티어 거래소를 새로운 주주로 맞이하게 됐다"며 "단순히 기업가치가 아니라 어떤 파트너가 코인원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며 "주주 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여지가 없다. 투명한 지분 구조를 통해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모범적인 거버넌스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블록체인 기술, 콘텐츠 산업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도권 금융에서 축적한 신뢰와 내부통제 역량을 제공하고, 코인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를 담당한다. OKX는 글로벌 블록체인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컴투스홀딩스는 게임·콘텐츠 IP와 글로벌 IT 인프라를 지원한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투자를 단순한 재무적 투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SI)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사장은 "코인원은 설립 이래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었던 독보적인 보안성과 검증된 블록체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했다"며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닌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 시장을 잇는 허브 역할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등 관련 법제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 신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OKX는 전 세계 1억2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한 글로벌 가상자산 플랫폼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ICE)로부터 약 250억달러(약 3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미국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유럽 가상자산시장법(MiCA), 싱가포르 통화청(MAS), 아랍에미리트(UAE) 가상자산규제청(VARA) 등 주요 규제권역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김 사장은 "OKX의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컴투스홀딩스의 콘텐츠 경쟁력이 결합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한 팀으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 금융과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콘텐츠 산업의 결합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파트너사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혁신적인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