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석 달째를 맞은 가운데 정부의 정유사 손실 보전 정산기준 고시가 5월 말 목표를 넘기며 미뤄지고 있다. 최고가격제로 인한 손실을 어떤 잣대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보전 규모가 수조원대로 갈리는 만큼 정부와 업계의 의견 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정유 4사가 낸 원가 자료를 회계법인과 함께 검토하며 산정 기준 확정과 첫 보전 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정해 소비자가 내는 기름값 급등을 막는 제도다. 대신 정유사가 시세보다 싸게 팔아 떠안은 손실은 정부가 나랏돈으로 사후에 메워주기로 한 것이 손실 보전이다. 정유사가 최고가격제로 인해 떠안은 손실을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보전 규모를 좌우하게 된다.
산업통상부는 원가 중심 손실 산정 기준을 이번 주 이내에 고시할 방침이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가 예상됐지만 세부 산식과 보전 범위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일정이 밀렸다. 기준이 나오면 정유사들이 산정 자료를 내고 회계법인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보전액이 확정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탓에 원가보다 싸게 판 물량만 손실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MOPS)을 적용해야 한다고 맞선다. 휘발유·경유를 해외에 팔았다면 거뒀을 수익과 실제 수익의 차액, 곧 기회비용까지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유 한 배럴을 정제하면 휘발유·경유·등유가 한꺼번에 나오는 연산품 구조여서 유종별 원가를 따로 뽑기 힘들다는 점도 든다.

추산 손실 규모는 기준에 따라 엇갈린다. 정유업계 셈법으로는 시행 이후 누적 손실이 3조원대, 많게는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정부는 이를 국제 가격 기준 추정치로 보고 선을 긋고 있다. 손실액 3조원 이상이라는 관측은 국제 거래가를 토대로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보전용으로 4조2000억원 규모 예비비를 잡아둔 상태로 이 안에서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14일 진행된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국가 재정으로 손실을 100% 보전하되 기회 이익에 대한 보전은 안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가정에 기댄 기회이익까지 세금으로 메워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양 실장은 정유사들이 주장하는 손실 규모에 대해 "MOPS를 기반으로 운송비용 등이 올라간 것을 다 포함해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며 이는 기회비용 상실로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며 "세세한 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정산할 것이며 현재 편성한 4조2000억원으로 감당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뛰자 지난 3월 13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지난달 21일 6차 동결로 휘발유는 리터(L)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묶였고 조정 주기는 2주에서 4주로 늘었다. 국제유가는 90달러대에서 등락하다 최근 반등하고 있다.
원가 기준이 정해져도 세부 항목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보전액이 달라져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매입 과정에서 붙는 이자와 환차손 같은 비용을 정부가 고시에 어디까지 담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정유 4사의 유가·운송비·공정 운영비 등 원가 산정 자료를 전달받았다. 회계법인 검토 후 본격 정산에 나설 계획이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