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의 '붉은 반도체'로 불리는 불닭볶음면 열풍을 이끌며 한때 150만 원선을 위협하던 식품 대장주 삼양식품의 주가가 최근 조정을 받고 있다. 코스피 시장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기술주 중심으로 급등하면서 수급이 쏠린 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환율이라는 악재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분 기준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114만원) 대비 0.18% 오른 11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1월 2일 127만6000원에서 지난 2일 114만원으로 주가가 10.6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기술주 붐을 타고 104.2% 폭등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주가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가 부담이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라면 포장재(비닐·필름·페트)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말 톤(t)당 500달러 선이던 나프타 가격은 최근 730달러 선까지 50% 가까이 치솟으며 식품업계의 생산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1500원 선을 돌파한 고환율도 치명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원으로 출발해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환율이 153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밀, 옥수수 등 핵심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업계 특성상, 역대급 고환율은 생산 단가 및 운송비의 폭발적인 증가로 직결돼 기업의 영업이익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한다.
시장은 이 같은 악재들이 삼양식품의 성장 가능성이 아닌 비용 상승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불닭 브랜드의 효과로 지난해 연 매출(연결 기준) 사상 최대인 2조3518억원을 기록했지만 나프타와 포장재 가격 인상, 고환율 등이 실적을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실적 추정치가 조금만 흔들려도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 조정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형국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의존도가 높은 음식료와 유통 업종은 거시경제 변수에 따른 소비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추경 집행시점 차이와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소비 환경은 기준금리 3.00%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3.0%를 기록할 정도로 비우호적"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시장에 깊게 박힌 '경기 방어주' 프레임도 한몫했다. 전통적으로 식품주는 경기 하강기에 이익 변동성이 낮아 매력도가 부각되는 자산군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AI와 반도체 등 주도주가 증시 상승을 이끄는 장세에서는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수급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의 주가 조정이 일시적일 뿐,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 4일 기준 국내 라면 수출액이 연초 대비 40% 증가한 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해외 수요가 여전히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1분기 수출 호조는 다가오는 2~3분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 목표주가를 기존 186만원으로 유지하며 "현재 삼양식품의 밀양 2공장은 1년 만에 가동률이 빠르게 상승했고 중국 신공장은 올해 4분기 시가동 예정"이라며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매출 상승 폭이 수요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신공장 가동으로 기존 대비 생산능력이 40% 증가하며 매출 확대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올해 11월은 중국 신공장 가동이 예정돼 있다"며 "사측은 중국 이외 추가 생산 시설 건립도 검토 중인데 이러한 사실은 향후 판매에 대한 자신감을 방증하며 단기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