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SC제일은행이 여신 성장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가계대출 관리라는 벽을 만났다. 소매금융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확대를 통해 성장 여력을 확보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운신 폭이 좁아진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확대 과정에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조치를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 6월에는 주담대 만기를 기존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0.25%포인트 축소했다. 만기가 짧아지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DSR 산정 과정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우대금리 축소 역시 사실상 대출금리 인상으로 작용한다.
같은 해 7월에는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을 9월 말까지 한시 중단했다. 6·27 가계대출 규제 발표 이후 전산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비대면 주담대 취급을 막은 데 이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중단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대표 주담대 상품인 '퍼스트홈론'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도 금융채 5년물로 제한해 5년 주기형 상품 중심으로 운영했다.
이같은 조치는 SC제일은행이 가계대출을 성장 축으로 삼기 어려운 환경을 보여준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은행들을 중심으로 총량 목표 준수를 요구했다. SC제일은행도 가계대출 취급 확대가 두드러진 은행으로 거론되면서 관리 부담이 커졌다. 자산 규모와 영업 기반을 다시 키우려는 시도가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와 부딪힌 셈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SC그룹의 글로벌 역량과 국내에서 축적해 온 영업 기반을 바탕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고 디지털 인프라를 고도화하겠다"며 "글로벌 기업금융 분야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리스크 관리를 통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양질의 자금조달을 통해 풍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핵심 은행업무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가계대출은 은행 입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담보 기반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주담대는 대출 잔액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리가 금융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는 공격적인 확대가 쉽지 않다. 대출을 늘리면 당국의 총량 관리 대상이 되고 대출을 줄이면 이자이익 기반 회복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
SC제일은행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생활금융 접점은 약해졌고, 점포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은행연합회 점포 현황 기준 SC제일은행 점포 수는 2020년 말 200곳에서 2025년 말 148곳으로 줄었다.
기업금융과 외환, 자산관리에서 강점을 살릴 수 있지만 국내 은행 영업에서 여신 기반은 여전히 중요한 수익원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의 올해 1분기 총여신은 43조7363억원으로 전년 동기 42조7784억원보다 9579억원, 2.2% 늘었다. 다만 가계대출은 27조2081억원으로 0.77%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기업대출은 16조5062억원으로 4.92% 늘어 여신 성장의 무게중심은 기업금융 쪽으로 기울었다.
문제는 외형 확대가 곧바로 이자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2915억원으로 전년 동기 3073억원보다 158억원, 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NIM)은 1.53%에서 1.30%로 0.23%포인트 낮아졌다. 고객여신은 늘었지만 조달·운용 스프레드가 줄면서 수익성 방어에는 한계를 보인 셈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향후 금리 환경도 변수로 떠올랐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수익 방어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조달비용과 차주의 상환 부담도 커질 수 있어 마진 개선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
건전성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46%로 전년 동기 0.36%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41%에서 0.56%로 0.15%포인트 올랐고,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747억원에서 2441억원으로 694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비율은 211.24%에서 147.71%로 낮아졌다. 여신을 늘리더라도 금리 변동과 연체 리스크를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올해 SC제일은행의 과제는 단순한 대출 확대가 아니라 기업금융·외환·자산관리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가계대출과 건전성 지표를 무리 없이 관리하는 '선별적 성장'을 증명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기업금융과 외환, 자산관리에서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지만 국내 은행 영업에서 여신 기반을 완전히 놓기는 어렵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조달비용과 연체율을 함께 관리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