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승 열매는 일부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시장 내부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가 지수 상승을 이끄는 반면 상당수 업종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반도체 거인의 그림자' 보고서에서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4200선으로 추정된다"며 "2025년 이후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의 주가 부진은 올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6월 25% 수준에서 현재 54%까지 확대됐다. 올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60% 후반에서 7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모두 1조달러를 넘어섰다.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6~10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다.
문제는 반도체 중심 상승세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 전체 12개월 선행 PER은 8.1배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1배로 높아진다. 코로나19 이후 평균(10.4배)을 웃도는 수준으로, 반도체 외 업종의 저평가 매력이 크지 않아 자금이 순환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허 연구원은 "쏠림 자체가 주가 정점이거나 악재는 아니지만 건강하지는 않다"며 "반도체가 쏘아 올린 양극화와 상대적 박탈감 논란은 사회적 측면과 더불어 주식시장에서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런 쏠림이 해소될 조짐이 별로 없다는 점"이라며 "반도체 이외 업종으로 순환이 잘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쏠림의 반대편에는 코스닥과 제약·바이오 업종이 있다. 허 연구원은 "소외의 중심에는 제약·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있다"며 "반도체 업종의 주도력이 주춤해져야 바이오와 코스닥 시장이 개선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축구 실력 빼면 손흥민도 보통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반도체가 우리 산업의 핵심 중 하나인데 왜 반도체를 빼고 종합주가지수를 계산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반도체 빼고도 한국 증시 무려 4100' 이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