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1위 경쟁 후폭풍…삼성운용 LP 압박 의혹에 ETF 신뢰성 도마
  • 윤정원 기자
  • 입력: 2026.06.01 13:00 / 수정: 2026.06.01 13:00
거래량·순자산 '흥행 착시' 우려
자전성 거래 논란엔 업계 반론도
김우석 대표이사가 이끄는 삼성자산운용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에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자산운용
김우석 대표이사가 이끄는 삼성자산운용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에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팩트 DB, 삼성자산운용

[더팩트|윤정원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과정에서 유동성공급자(LP) 증권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ETF 거래량과 순자산 규모의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상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 거래량과 순자산이 운용사와 증권사 간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면 투자 판단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장 초기 주도권 싸움…LP 압박·시딩 의혹으로 확산

논란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동시 상장되면서 불거졌다. 해당 상품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출시 전부터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주요 운용사들이 유사 상품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상장 초기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운용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일부 LP 증권사에 경쟁사 ETF 거래량이 KODEX 상품을 앞서지 않도록 관리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쟁사 상품 거래량이 일정 수준 이상 앞설 경우 향후 거래 관계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거론됐다.

LP는 ETF 시장에서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며 유동성을 공급한다. 특히 거래 회전율이 높은 레버리지 ETF는 증권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상품군으로 꼽힌다. 대형 운용사와의 거래 관계가 LP 선정과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시딩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시딩은 ETF 상장 초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증권사 등이 투입하는 초기 자금이다. 시딩 규모가 클수록 상장 직후 순자산 규모가 커 보이는 만큼 투자자들에게는 상품 선호도가 높은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운용이 일부 증권사에 경쟁사 ETF 시딩 참여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거래량뿐 아니라 순자산 규모 역시 운용사 간 경쟁 과정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LP 참여 명단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 상품 사이에서 뚜렷하게 갈린 점도 논란의 배경으로 꼽힌다. 일부 증권사는 TIGER 상품에만 참여했고, 일부는 KODEX 상품에만 이름을 올렸다. 여러 운용사 ETF에 중복 참여하던 증권사들이 양사 상품에서는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점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 거래량·순자산 지표 흔들리나…투자자 판단 기준 모호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선택할 때 거래량과 순자산 규모를 핵심 지표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통상 거래량이 많고 순자산이 큰 상품일수록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ETF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가 실제 투자 수요가 아닌 운용사와 증권사 간 관계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면 투자자들이 왜곡된 신호를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상장 이후 일부 상품에서는 LP 증권사가 매수·매도 상위 창구에 동시에 이름을 올리며 자전성 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동일하거나 사실상 같은 주체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해 거래량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위법 여부와 별개로 상장 초기 거래량 급증이 투자자들에게 흥행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의혹이 과도하게 확산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레버리지 ETF는 LP 입장에서 수익 기여도가 높은 상품이라 대형 운용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면서도 "(운용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향후 신규 상품 참여나 물량 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해석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또 다른 LP 관계자는 "ETF 사업자 지위에서 LP들에 규모 설정 요청을 하는 것이 강권으로 해석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부연했다.

자전거래 의혹에 대해서도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상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전거래는 본인이 낸 가격에 본인이 받아가는 구조라 기본적으로 시스템상에서 걸러지게 돼 있다"면서 "자전거래가 의심될 경우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와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측도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운용사로서 고객에게 안정적인 호가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상장 초기 사고 방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왜곡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유동성 공급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매매 환경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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