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은행권의 금리 셈법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시장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재산정을 통해 순이자마진(NIM)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예금금리와 은행채 조달비용도 함께 오르는 만큼 수익성에는 양면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기준 은행채 5년물(5개 평가사 평균치) 금리는 전날 연 4.280%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1월 15일 연 4.323% 이후 약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전날 금통위의 '매파적 동결'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시장금리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8회 연속 동결했다. 그러나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 등 2명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통화정책방향문에는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개선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점검하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문구가 담겼다.
향후 기준금리를 전망하는 점도표에서도 인상 신호가 뚜렷했다. 6개월 뒤 기준금리가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전체 21개 점 가운데 2개에 그쳤고, 나머지 19개는 인상 쪽에 몰렸다. 이 중 10개는 연 3.00%, 7개는 연 2.75%, 2개는 연 3.25%에 찍혔다.
은행채 금리 상승은 은행권 조달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은행채는 은행이 대출 재원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시장에서 발행하는 대표적인 조달 수단이다.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신규 발행이나 만기 차환 과정에서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만큼 은행의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다. 특히 은행채 5년물은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주요 기준으로 쓰이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 요인이 되는 동시에 은행의 시장성 조달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대출금리 상승은 NIM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준금리가 당장 오르지 않더라도 인상 신호가 금융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픽스 등 시장금리에 반영되면 신규 대출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의 재산정 금리가 올라간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재가격될 경우 은행의 이자수익률은 개선될 수 있다. 특히 기업대출, 운전자금대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처럼 금리 재산정 주기가 짧은 자산은 대출금리 상승 효과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는 지난 3월 27일 연 4.41~7.01%에서 지난 22일 연 4.53~7.13%로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신규 코픽스 기준 연 3.61~6.01%에서 연 3.63~6.03%로 상·하단이 각각 0.02%p 높아졌다.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4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연 2.89%로 전월보다 0.08%p 상승했다.
은행권은 이미 올해 1분기 시장금리 상승과 조달비용 안정 효과가 맞물리며 NIM 반등을 경험했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NIM은 1.77%로 전년 동기 대비 0.01%p 상승했고, 신한은행은 1.60%로 0.05%p 개선됐다. 하나은행은 1.58%로 전년 동기 대비 0.10%p 올랐고, 우리은행은 1.51%로 0.07%p 상승했다. 주요 은행들은 자산수익률 개선과 조달비용 안정, 고금리 예금 리프라이싱 효과 등을 NIM 개선 요인으로 설명했다.
다만 조달비용이 대출금리보다 빠르게 오르거나 수신금리 경쟁이 심화될 경우 NIM 개선폭은 제한될 수 있고,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과 대손비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금리 상승은 은행권에 NIM 개선 기대를 주지만, 조달비용과 건전성 부담을 함께 키우는 양면적 변수인 셈이다.
따라서 하반기 은행권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의 중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고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은행은 조달비용 상승 압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신금리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은행채 조달 의존도가 높은 은행은 대출금리 상승에도 마진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고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 구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은행은 조달비용 상승 압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수신금리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거나 은행채 조달 의존도가 높은 은행은 대출금리 상승에도 마진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사실상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은행권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NIM 개선 기대가 있지만, 은행채와 예금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어 하반기 수익성은 은행별 ALM 역량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